정진석 서울대교구장, 29일 명동성당서 착좌식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13분


김수환(金壽煥)추기경에 이어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13대 교구장 및 평양교구장 서리에 서임된 정진석(鄭鎭奭)니콜라오 대주교의 착좌식이 29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됐다.

정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모든 면에서 부족한 저에게 막중한 책임을 맡기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길이 없다”며 “그러나 주님의 종으로서 교구 공동체와 한국교회, 분단된 조국과 민족의 화해 일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30년만에 서울대교구장직을 물러나는 김추기경은 축사에서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사제서품을 받은 정대주교는 서울대교구와 인연이 깊으신 분”이라며 “존경하는 정대주교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 하나가 되어 2000년 대희년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정대주교는 미사후 열린 축하식에서 자신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길이 2m가량의 황금색 지팡이는 원래 1927년 초대 평양교구장이었던 메리놀전교회 소속 패트릭 번신부가 쓰던 것.

이후 6·25때 월남한 메리놀전교회 신부들은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노기남(盧基南)대주교의 권유로 충청도에 정착했다. 이들은 청주교구를 세웠고 정주교는 70년 제2대 청주교구장으로 취임하면서 이 지팡이를 물려받게 된 것.

정대주교는 “초대 평양교구장이 쓰던 지팡이를 이어받은 제가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직을 겸임하게 된 데는 하느님의 오묘한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교회법상 교구장은 관할 지역을 5년 동안 한번씩 순례하도록 돼 있으므로 반드시 평양교구를 방문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28일 오전 김추기경은 30년 동안 정들었던 명동성당을 떠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사제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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