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다시 만난 어린왕자」

  • 입력 1998년 6월 18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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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가 돌아왔다.

프랑스 작가 장 피에르 다비트의 ‘다시 만난 어린 왕자’. 많은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나는 이제 어린 왕자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누구든지 여러분 자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어린 왕자를 만들어 주십시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생텍쥐페리를.

‘다시 만난 어린왕자’는 ‘어린왕자’를 패러디한 속편. 어린왕자 장미 양 바오밥나무와 같은 등장인물이 그렇고, 어린왕자가 별에서 별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다든가, 모두가 자기 일에 빠져 어린왕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거나, 등등.

어린 왕자가 만난 환경주의자.

“거긴 안돼, 이 멍청아!”

수염이 텁수룩한 환경주의자가 다가와 다짜고짜 어린 왕자를 다그친다. “도대체 뭘 보고 다니는 거냐? 하마터면 인시그니피카 미누스쿨라를 밟아 죽일 뻔했잖아. 지난번 조사 때 보니까 육십삼만오천십칠 개밖에 안 남았던데 말야.”

그는 어린 왕자의 등을 떼민다. “자, 가자. 여기 더 있으면 안된다.” “왜요?”

“그림자 때문이지! 우리 그림자 때문에 환경체계에 혼란이 생기잖아. 네가 여기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식물은 햇빛을 빼앗기고 죽을 수도 있는 거야….”

그 다음에 만난 경영관리인.

“치밀한 계획, 그것이 바로 성공비결이지. 불행히도,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다 잡아먹히기도 하지만. 그러고 나면, 긴급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더욱 빠듯하지. 그래서 그 업무들은 점점 더 긴급해지고, 나중엔 처리 시한을 넘기게 돼. 그러면 더 이상 긴급한 일이 아니게 된단 말야….”

그리고 숫자와 컴퓨터밖에 모르는 허풍쟁이 통계학자.

“안녕하세요? 뭐하시는 거예요?” “계산하고 있다.”

“뭘 계산하는데요?” “이것저것 여러가지. 에스키모인들은 겨울보다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더 먹나, 개구리들은 10년 전보다 지난 봄에 더 시끄럽게 울었나, 등등.”

“무지 이상하네. 왜 그런 걸 계산하세요?”

“왜냐하면, 난 통계학자거든. 그게 내 직업이야. 에 또, 개구리들이 10년전보다 더 시끄럽게 운다는 걸 알면 여러가지 예상이 가능해. 아무래도 시끄러우니까 사람들이 귀마개를 많이 구입하겠지. 그러면 귀마개를 만드는 데 밀랍이 더 필요하고 벌을 더 키워야겠지.벌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항공 운송에 혼란이 생길테고….”

사랑하는 장미를 지키기 사냥꾼을 찾아 나선 어린왕자. 마지막에 지구에 도착하지만 여기서도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나는 내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그리고 어린 왕자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투명한 그림자를 남긴채 우리 곁에서 떠나간다….

장 피에르 다비트 지음/이레 펴냄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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