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노인들 『갈곳이라곤 공원뿐』…복지시설 태부족

  • 입력 1998년 4월 15일 19시 45분


힘없고 돈없어 서러운 노인들. 이제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도 없다.

최근엔 경제난이 심해 자식눈치를 보면서 집을 나오는 노인이 많아졌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97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3백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6% 수준이다. 자녀와 별거, 부부끼리 사는 노인비율도 95년 기준으로 16.4%나 된다.

보건복지부는 평균 수명 연장으로 고령인구가 해마다 늘어 2000년 7.1%, 2005년 8.7%, 2020년 13.2%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화 사회는 이처럼 우리 코앞에 닥쳤는데 정작 노인이 편히 쉴 수 있는 시설은 변변치 않다.

서울의 경우 5곳의 노인복지관이 있지만 수용인원은 4만여명이어서 나머지 48만여명의 노인을 돌보기 힘들다. 오갈데 없는 노인들은 결국 시내 공원을 전전한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4천7백여평의 공원과 인근 도로에 노인 3천여명이 모여 있었다. 국보2호인 원각사지 10층석탑, 보물3호인 원각사비 주위는 물론 나무 잔디가 있는 녹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최근엔 IMF여파로 실직자와 부랑인까지 탑골공원에 모여들어 종로구청이 문화재와 녹지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여행사가 외국인 관광객 코스에서 탑골공원을 제외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 공원관리인 조용현(曺龍鉉·55)씨는 “오전9시경 노인들이 공원을 ‘점령’하기 전에 일본인 관광객 한두팀이 오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풍경은 사직공원 독립문공원 장충단공원 종묘공원 등 서울시내 대부분의 공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탑골공원 녹지면적을 최대한 줄여 수용인원을 최대한 늘리는 한편 입장객을 줄이기 위해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

그러나 공원을 새로 단장하려면 당분간 문을 닫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 대부분이 경로우대증을 갖고 있어 입장료 징수를 통한 입장객 감소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한국노인의 전화’ 서혜경(徐惠京·41)이사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 노인 복지시설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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