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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4월 7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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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아들인 예수와 깨달음을 얻고 삶과 죽음의 굴레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석가모니. 그들은 애당초 죽음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청계사 주지 석지명스님. “석가는 중생에게 현세에서의 영원한 생명은 덧없는 것이고 궁극적인 불도를 닦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죽음의 모습을 보이신 겁니다. 부처에겐 육신이란 호수 위에 뜬 달처럼 덧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아무 죄없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도 모든 사람의 죄를 사하고자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습니다. 결국 두 분 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죽음을 택하신 거죠.”
그렇지만 기독교의 부활과 불교의 윤회사상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교수는 “기독교의 부활은 역사상 한번밖에 없는 예수님의 부활인 반면 불교의 윤회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생명의 기본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예수의 부활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것이지만 윤회는 해탈에 이르기 위해서 끊어야만 하는 사슬이다. 이같은 교리상의 차이점을 뛰어 넘어 올해초 김수환추기경과 법정스님이 사찰과 성당을 서로 방문, 강연을 펼쳤던 장면은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부활절에도 종교간에 서로 화합을 다지는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 남구 봉선동의 대각사에서는 12일 오후 3시 인근 주월동의 주월성결교회 방철호목사를 초청, ‘자비와 사랑을 통한 남북통일’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상대적으로 불교 등 여타 종교에 대해 배타성이 강한 개신교 목사가 사찰에서 설교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이날 행사에는 가톨릭교육원장인 조비오 신부도 참석해 경축사를 할 예정이다.
이같은 종교간 화합행사는 대각사 주지 도산스님의 끈질긴 노력의 결실. 지난해 성탄절 기간에 그는 사찰 입구에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는가 하면 당시 조비오 신부가 주임신부를 맡고 있던 봉선동성당의 성탄미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원불교 서울 강남교당내 복도는 4월만 되면 부활 계란이 담겨있는 갖가지 색깔의 바구니로 장식된다. 천주교 대치동성당, 베타니아 수녀원 등지로부터 온 선물들. 75년부터 천주교 나환자촌 ‘나자로마을’을 후원해 오며 천주교와 인연을 맺은 이 교당 박청수교무는 올해도 부활절을 축하해 주기 위해 ‘호접란’ 화분 하나를 들고 명동성당 내에 있는 베타니아 수녀원을 찾을 계획이다.
광주 대각사의 도산스님은 “종교간의 다른 점만을 찾는다면 갈등만 불러올 뿐”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종교인들이 힘을 합쳐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