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연세대, 「병원 원조」 논란

  • 입력 1998년 4월 7일 08시 04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1885년·첫 이름은 광혜원). 그 정통성을 이어받은 적자(嫡子)는 서울대 병원인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인가.두병원 사이에 원조(元祖)논란이그치지않고 있다.

연세대설은 ‘1894년 제중원의 진료 및 경영권이 미국 북장로교 선교회로 넘어갔고 1904년 세브란스병원으로 편입됐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대측은 ‘선교회에 넘겨준 제중원을 1905년 조선 정부가 다시 환수, 당시 국립병원이었던 광제원에 흡수시켰고 이것이 경성의학전문학교 등을 거쳐 지금의 서울대병원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80년대의 쟁점은 1905년 조선 정부가 미국 선교회로부터 제중원 건물 및 땅과 함께 의료기능까지 넘겨받았는가 하는 점.

서울대설은 ‘그렇다’이고 연세대설은 ‘그렇지 않다’이다. 연세대측은 “제중원의 진료기능은 1904년 이미 세브란스병원에 넘어간 상태였다. 의사 없는 병원의 건물과 땅을 돌려받은들 그걸 어디 병원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해왔다. 80년대까지는 연세대설의 우세.

90년대 들어 서울대측의 반론이 시작됐다. 반론은 조선 정부가 선교회에 지불키로 했던 ‘돈’에 관한 것이었다. 조선 정부는 선교회가 제중원을 운영할 당시(1894∼1904) 건물을 새로 짓는데 들어간 비용(약3만원)을 선교회측에 지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서울대측은 ‘조선 정부가 제중원 건물을 되돌려받던 1905년 그 돈을 선교회에 전달하지 않고 다음해 국립병원인 광제원을 증축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제중원 돈이 광제원에 쓰였으니 제중원은 광제원에 흡수된 것이고 이후 광제원이 서울대병원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던중 최근 서울대설을 다시 뒤집는 자료가 발견됐다. 연세대 의대 박형우교수(의학사)가 1905년3월31일자 내각회의록과 4월3일자 관보에서 문제의 돈이 광제원이 아닌 선교회에 전달됐다는 기록을 찾아낸 것이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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