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 걸의 어제오늘]액서서리에서 믿음직한 파트너로…

  • 입력 1998년 1월 6일 20시 19분


제임스 본드라는 매력적 첩보원을 탄생시킨 작가 이안 플레밍은 일찍이 이 인물을 빚어내는 원자재가 “섹스와 멋있는 차 그리고 호화로운 삶이라는 인간의 기본욕망”이라고 털어놓았다. 007에 등장한 ‘본드의 여자들’은 플레밍의 말대로 섹스심벌에 대한 당대 남성들의 환상을 스크린에 재생한 것이었다. 18편의 007시리즈 중 인상적인 본드걸로 단연 손꼽히는 것은 제1편 ‘닥터 노’의 울살라 안드라스와 3편 ‘골드 핑거’의 질 매스터슨. 풍만한 안드라스는 바다에서 솟아나온 여신처럼 옷감이라기보다 줄 몇개를 얼기설기 얽은 듯한 대담한 수영복 차림으로 남성관객을 사로잡았다. 매스터슨은 출연시간이 가장 짧은 편에 속하는 본드걸이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금가루를 온몸에 덮어쓴 채 질식사한 고혹적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냉전체제 붕괴 후 8년만에 새로 만들어진 007시리즈 ‘골든아이’(95년). 주인공이 물찬 제비 같은 피어스 브로스넌으로 바뀐 것과 함께 여성관에서도 큰 변화가 드러났다. 본드걸은 여전히 본드의 보호가 필요한 머리좋고 연약한 컴퓨터프로그래머(이자벨라 스코롭코)였지만 본드의 상관인 M은 중견여배우 주디 덴치로 바뀐 것. ‘007의 여성관’ 변화는 최신작 ‘투모로 네버 다이’에서 보다 확연해졌다. 한국팬에게는 ‘예스마담’으로 잘 알려진 미셸 여(양자경)가 본드걸로 등장해 화려한 돌려차기로 위기의 제임스 본드를 구해낸다. 중국첩보원으로 등장하는 미셸 여는 캐스팅 직후 “누드나 보여주는 본드걸은 되지 않겠다. 섹시하지는 않겠지만 본드의 동료 역할은 확실히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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