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1일 실시될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문인들이 선거절차 공정성 보장을 제기하고 나서 파란이 예상된다. 문제를 제기한 문인들은 후보자 중 한 사람인 시인 이근배와 소설가 이호철 이문구 유현종 김승옥 시인 김종해 정진규 김종천 등.
이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회비미납을 이유로 선거권을 박탈할 법적 근거가 있는가 △투개표과정의 부정을 막을 장치는 있는가 등 5가지 문제점을 공개질의했다. 이들이 특히 반발하는 것은 정관 12조8항에 규정된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회비 완납자에 한한다」는 조항.
소설가 김승옥은 『대통령선거를 할 때도 세금 내지 않은 국민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소설가 유현종은 『회비납부여부를 판별하는 날짜가 선거 입후보자도 확정되기 전인 선거일 한달 전으로 지정돼 있다』며 『평소 문협 운영부와 가깝지 않았던 문인들은 투표권행사를 할 수 없도록 구조적으로 선거를 방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협 박종철사무국장은 『문협은 뜻을 함께하는 문인들의 임의단체이므로 의무를 지킨 회원에게만 권리를 줄 수 있다』며 일부문인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표면적으로는 「선거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하라」는 요구지만 이번 맞대결의 속내는 문인협회를 유지해온 기득권세력과 개혁세력의 갈등이다. 소설가 이문구는 『명색이 문인들의 대표단체라는 문협이 20여년간 원고료가 한번도 인상되지 않았다든가하는 문인들의 생존권 옹호에는 관심도 없고 몇몇 문협 간부진이 문단 내에서 개인적인 세력을 확장하는 발판으로 전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현 문협 운영진은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문협활동을 등져왔던 사람들』이라며 『1년에 5만원인 회비조차 내지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개혁을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5.16직후인 62년 관주도하에 유일한 문인단체로 출범한 문협은 소설가 김동리 평론가 조연현 등 문단내 명망가가 이사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계파싸움을 벌여 「문단정치의 산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특히 74년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결성돼 문인단체가 문협과 자실(이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양분되면서 그 세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