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설주의보…11일 폭설 곳곳 교통대란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1시 26분


올들어 처음으로 11일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폭설이 쏟아져 교통대란이 발생하면서 직장인들의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월동장비를 미처 갖추지 못한 차량들이 4㎝이상 쌓인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크고 작은 접촉사고를 내거나 비탈길을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교통혼잡을 가중시켰다. 특히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 1호선에서 정차사고까지 일어나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컸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0시30분께부터 굴곡과 경사가 심한 인왕산과 북악산길에서 체인을 감은 차량에 한해 통행을 허용하는 등 교통을 부분 통제하고 주요 도로에서 제설작업을 벌였으나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 효과적인 제설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출근시간에도 올림픽대로, 한강북로, 동부-서부-북부 간선도로 등 대부분의 도로에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일부 시민들은 시 당국의 무성의한 제설행정에 분노를 터뜨렸다. ▼ 도로상황 ▼ 폭설에 따른 교통체증을 우려한 대다수의 시민들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 일찌감치 출근길에 나서 이날 아침 도로교통량은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 4단지의 경우 이날 아침 평소 주말 수준인 3분의 2가량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는 등 주택단지에는 평소보다 많은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그러나 도로의 눈이 제설이 안된 채 그대로 얼어붙어 통행량이 줄었음에도 불구,차량들은 시속 5∼10㎞의 속도로 거북이 운행을 해 시내 거의 모든 도로에서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또 북부간선도로 진입로, 화양고가도로 입구, 미아리고개, 독서당길, 남산순환도로, 봉천동고개, 영동대교∼무역센터 구간 등 비탈길 주변은 월동장구를 갖추지않은 차량들이 뒤엉켜 정체가 더욱 심했다. 자가용으로 출근길에 나섰던 일부 시민들은 눈길에 차량들이 미끄러져 도로가 막히자 아예 지하철역 주변 도로 등에 차를 주차시키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하철에는 평소보다 20%이상 많은 승객이 몰려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고, 특히 교대역 사당역 등 주요 환승역은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지하철 2호선을 이용, 홍대역에서 을지로3가역까지 출근한 李銀貞씨(25.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는 『홍대역이 시발역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앉아 왔는데 오늘은 승객이 너무 많아 서서 왔다』며 『홍대역까지 가는 택시를 잡는 데시간이 걸려 평소보다 20분가량 출근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 눈길 사고 ▼ 오전 6시30분께 동부간선도로 한양대 부근에서 경기55가 5054호 아반떼 스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도로옆 배수로에 빠진 데 이어 오전 6시40분께는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부근에서 탱크로리 1대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오전 5시5분께 서울 성수대교 북단 강변대로에서 서울3로 5899호 쏘나타 승용차(운전자 姜석진.30)가 눈길에 미끄러져 정차중이던 서울 98바 9154호 견인차(운전사 崔영기.38)를 들이 받아 승용차 운전자 姜씨가 크게 다쳤다. 이밖에 오전 0시20분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2단지 아파트부근 동부간선도로에서 서울 7조7480호 엑셀 승용차(운전자 정상균.31)가 중앙선을 넘어 경기 61나7163호 세피아 승용차(운전자 김태구.19)와 충돌하는 등 시내 곳곳에서 60여건의 크고 작은 눈길사고가 일어났다. ▼ 지하철 사고 ▼ 오전 8시20분께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구내에서 의정부발 인천행 철도청소속 K-75호 전동차가 내린 눈 때문에 전력장치가 합선이 되면서 고장이 나 운행이 10여분동안 중단됐다. 이에 따라 뒤따르던 전동차들도 출발이 연쇄적으로 지연돼 폭설로 인한 교통체증을 우려, 지상교통수단 이용을 포기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려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제설대책 ▼ 서울시 재해대책본부는 이날 새벽 0시30분부터 2단계 제설근무체제에 돌입, 각구청 등에서 5천5백여명과 다목적 제설차 등 장비 1백85대를 동원, 3만8천8백여포의 염화칼슘과 모래 2백46㎥를 뿌리는 등 제설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오전 4∼5시 사이에 또다시 쏟아진 폭설을 제대로 치우지 못해 송파대로,잠실롯데월드부근, 자유로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로에 눈이 그대로 쌓여 차량들은 거북이 운행을 면치못했다. 서울경찰청은 교통경찰 6백여명 등 3천여명의 인력과 제설차 1백30여대, 순찰차4백여대 등 모두 6백여대의 차량을 동원, 서울시와 함께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등 제설작업에 나섰다. 한편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측은 승객증가에 대비, 러시아워를 평상시의 오전 7시30분에서 30분 앞당기고 이 시간대의 배차간격을 4분에서 2.5∼3분으로 줄였다. ▼ 김포공항 ▼ 김포국제공항의 경우 오전 7시20분 출발할 예정이던 속초행 대한항공 1701편이 결항됐을뿐 나머지 지방 공항과 국제선 항공편은 정상 운항되고 있다. 김포공항측은 『어젯밤부터 제설차량을 투입, 활주로에 대한 밤샘제설 작업을 벌여 눈이 많이 쌓인 속초공항행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편은 정상 운항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상 ▼ 기상청은 오전 8시 현재 서울 4.5㎝, 정읍 9.3㎝, 임실 8.1㎝ 등 전국에 많은 눈이 내렸다며 눈이 그친 경기이북지방을 제외한 호남 충청지방과 경북북부및 경남서부내륙 지방은 5∼10㎝의 눈이 더 온 뒤 오후부터 개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서울 영하 5.4도 등 전국의 아침기온이 영하 5도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며 『영하의 날씨로 내린 눈이 얼어붙을 것이기 때문에 빙판길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대설주의보를 오전 8시30분을 기해 해제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