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작가 데뷔]전문출판인이 작가 발굴

  • 입력 1997년 11월 29일 08시 37분


우리나라에선 신춘문예를 통한 작가 시인 데뷔야말로 문인으로 나서는 화려하고도 대표적인 길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대부분 문학전문 출판사를 통한 단행본 발행이나 문학상을 받는 것이 작가 데뷔 코스다.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에 대해 소설가 안정효씨는 『출판사의 출간 결정이 작가로 데뷔하느냐 마느냐의 길을 결정한다』면서 『최근에는 형편없는 원고가 출판사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대행기관(에이전트)이 1차 평가를 한 원고만을 대상으로 출판사가 선정한다』고 전했다. 자비(자비)출판으로 데뷔해 유명 신문의 서평에 오르내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경우 자비출판을 하는 무명의 작가, 정식 등단을 하지 않으면 평론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얀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의 작품으로 외국에도 알려진 그이지만 『만일 국내에서의 등단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상태였다면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전문출판인이 작가를 발굴하는 주역이란 점에서 사정은 비슷하다. 숭실대 이재룡교수(불어불문과)는 『누보로망이란 문학사조를 만든 미미출판사, 앙드레 지드가 편집위원을 지낸 갈리마르출판사 등 전문 출판사에서 단행본을 내는 것이 거의 유일한 작가 데뷔코스』라고 말했다. 상업성을 위해 문학예술성을 희생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난 5대 전문출판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길은 신춘문예처럼 좁기만 하다. 미미출판사의 경우 연간 2천5백편의 소설 원고가 몰리지만 단행본으로 나와 작가 대열에 서는 사람은 10명 정도. 어떤 경우는 출판사사장과 편집장이 단 두 쪽만 읽고 탈락시키기도 한다. 앙드레 지드도 갈리마르출판사 편집위원시절 산문집으로 유명한 마르셀 푸르스트의 작품을 한번 퇴짜를 놓았다가 나중에야 펴낸 일이 있다. 한국 근대문학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일본의 경우에도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신문사가 주도하는 신춘문예 제도는 없다. 세종대 박유하교수(일어일문학과)는 『4백여개에 이르는 잡지사 또는 출판사가 공모하는 신인상이나 작가상을 받으면 데뷔했다는 평을 얻는다』면서 일부에서는 상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조헌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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