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곡가들도 첨삭-가필 거듭…명곡의 「두 얼굴」

  • 입력 1997년 11월 10일 20시 02분


『공들여 작곡을 했지만 마음에 안들어』 대작곡가들은 작품을 발표한 뒤에도 첨삭(添削)과 가필(加筆)을 거듭하곤 했다. 명곡이 처음 탄생할 때의 모습은 오늘날과 어떻게 다를까. 최근 발매된 두곡의 성악작품 음반이 작품 탄생에 얽힌 사연들을 조명한다.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부부가 주연한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데카). 유명한 테너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듣는 순간 의아한 느낌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듣던 것보다 두음(단3도)이나 낮아 마치 바리톤이 부르는 노래처럼 들리기 때문. 2절에 이르면 지금까지 알던 「남몰래…」와 전혀 다른 선율, 장식음 처리로 놀라움을 준다. 이 새로운 노래는 도니제티가 원래의 노래를 고쳐 만든 「남몰래…」 제 2판(版)이다. 작곡가 생전에는 지휘자 또는 가수가 두 노래중 하나를 선택해 부를 수 있었지만 청중은 더 단순하고 정열적인 「1판」을 선호했고, 고쳐만든 노래는 1백50여년 가까이 잊히고 말았다. 최근 발매된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의 슈만 「하이네 가곡집」CD(EMI). 슈만의 대표적 가곡집인 「시인의 사랑」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 음반에서 듣는 「시인의 사랑」은 지금까지 듣던 16곡에서 네곡이나 늘어난 20곡으로 구성됐다. 작품 녹음을 준비하던 햄프슨은 반주자와 음반사 관계자들에게 『슈만이 손으로 쓴 악보를 참조하고 싶다』고 말했고 관계자들은 베를린 국립도서관에서 악보를 찾아냈다. 놀랍게도 슈만의 첫 악보는 지금까지 알려진 「시인의 사랑」과 여러 점에서 달랐다. 네곡이 많았을 뿐 아니라 선율 반주부 등에 있어서도 오늘날의 악보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음악학자들은 『첫 악보쪽은 선율이 덜 세련된 편이지만 가사와 선율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플루트와 바이올린 소리」에서는 같은 반주부에 맞추면서도 노래부분의 선율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대와 뺨을 맞대고」등 아름다운 노래 네곡을 처음 듣게 된 것도 커다란 수확이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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