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카페」손님 끈다…『건전한 회화학습장』인기

  • 입력 1997년 10월 15일 20시 30분


『Are you ready to order?』(무얼 드시겠습니까) 『Draft beer, please』(생맥주 좀 주세요) 종업원과 손님이 외국어로 주문을 주고 받고, 함께 온 사람끼리도 외국어로 이야기하는 외국어 전용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 업소에서 쓰이는 외국어는 아직 영어나 일어에 한정돼 있고 업소의 수도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지만 찾는 사람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 또 종업원들이 테이블을 돌면서 우리말을 쓰는 손님들에게 「경고」하는 모습이 사라지는 등 음료나 술을 마시며 외국어를 쓰는 게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렵게 배운 외국어를 마음놓고 구사, 살아있는 회화 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다 일반업소와 별차이가 없는 비용으로 외국인을 만나 회화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이들 외국어 전용 업소가 손님을 끄는 이유. 대표적 업소가 지난 7월 문을 연 「키세스 클럽」(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대학이나 직장의 영어회화클럽 회원들의 정기모임 장소로 애용된다. 또 실내와 연결된 옥상매장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상영, 스크린 영어까지 덤으로 익힐 수 있다. 회사원 조은아씨(30·여)는 『친구 또는 외국인과 어울려 영어로 말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회화실력이 는다』며 영어카페 예찬론을 폈다. 종업원이 영어로 주문하면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라며 그냥 나가거나 『신경쓰여서 술을 못마시겠다. 우리말로 주문받으라』고 소리를 높이는 손님이 아직 일부 있기는 하지만 초창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매니저 신경섭씨(26)의 설명. 대전의 「영어세계 레스토랑」(중구 대사동)은 키세스 클럽보다 한달 먼저 문을 열었다. 회화테스트를 거쳐 채용된 직원 3명과 아르바이트학생 4명이 일하며 가족단위 손님이 많이 온다. 부모가 자녀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대견해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혼자 오는 손님을 위해 CNN 방송을 방영한다. 지난달 문을 연 일어카페 「가케하시」(서울 서대문구 창천동)는 연세대 어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일본인, 한국에 일시적으로 와 있는 재일교포, 일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다. 영어카페가 영어만 쓰는데 반해 일어와 우리말을 함께 쓰는 게 특징. 일어를 배우는 한국인은 일어로, 우리말을 공부하는 일본인은 우리말로 대화하기 때문이다. 『공들여 일어를 배워 놓고 쓸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카페를 열었다』는 게 사장 김학산씨(32)의 개업이유. 이밖에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카페로 출발한 넷카페(서울 종로구 청진동)에도 최근 외국인과 한국인이 어울려 영어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목격된다. 〈홍순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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