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당시 북한에 잡혀 간 국군포로의 아들이 부인과 함께 북한을 탈출, 제삼국에 머물며 한국 귀순을 탄원하고 있으나 정부는 탈북자 체류국과의 외교문제 때문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관련부처는 지난 3월 탈북, 제삼국에 체류중인 최일현씨(27)와 부인 송춘성씨(25) 등 5가족 11명이 종교단체를 통해 전해온 구원 요청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현재 최씨 부부는 제삼국의 비밀장소에서 한국 선교사들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들의 탈북사연은 최근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을 통해 요로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추기경은 한국행을 탄원하는 이들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지난달 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 테이프에서 『아버지 최군옥은 충청북도 괴산군 감물면 백양리 출신으로 6.25때 전쟁포로로 북한에 왔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 어머니의 이름이 진순옥이라고 밝혔으나 어머니가 남한출신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시 제천구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최씨가 북한을 탈출할 때까지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군대를 가려고 했으나 아버지가 이남출신이라고 받아주지 않았어요. 사회성분이 걸린다고 당에서도 받아주지 않았죠』
그러나 이같은 신분차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북한의 식량난이었다.
『우리 부부가 신혼살림을 하다 아이를 둘씩이나 죽였습니다. 둘 다 죽인 것은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약하다 보니… 우리 가시아버지(장인)도 집안의 생활형편이 어렵다 보니까 마지막에 목매달아 자살하는 비운까지 있었습니다』
결국 최씨 부부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북한을 탈출했다.
최씨가 파라티푸스에 걸리고 집에 식량이 다 떨어지자 부인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먼저 국경을 넘었으며 이어 최씨가 그 뒤를 따랐다.
최씨는 당초 내몽고 쪽으로 달아났으나 탈북자라는 약점 때문에 또 다른 시련을 겪어야 했다.
『집주인이 우리를 팔아 먹겠다, 죽이겠다 하며 머슴처럼 부렸어요. 그래서 거기서도 도망치게 됐지요』
최씨부부는 그러나 탈북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돼 추적하는 북한 공안기관원의 눈을 피하느라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의 긴장과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부인 송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하고 변장을 한 채 숨어지냈다』고 눈물지었다.
이들이 소망대로 한국에 와 조부모 삼촌 등 친척을 만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제삼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자는 1천5백여명에 이르며 이들은 그중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탈북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한국에 오기 전에 우리가 손을 써서 데려오는 것은 체류국과의 외교문제 등으로 어렵다』며 고뇌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