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이여…」. 기쁨과 인류애를 그린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초가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합창단도 오케스트라도 없다. 「건반위의 구도자」 백건우씨와 터키 출신 피아니스트 후세인 세르미트가 피아노 두대로 연주하는 리스트 편곡의 「합창교향곡」. 28일 오후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피아노의 신으로 불렸던 리스트는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했습니다. 그러나 9번만은 거대한 스케일을 다 표현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뒤에 두대의 피아노용으로 만들었지요』
백씨는 『편곡으로서가 아니라 독립된 피아노작품으로서 더 가치가 크다』며 『오케스트라를 줄인 것이 아니라 피아노 독주의 표현을 넓힌 것으로 보아달라』고 말했다.
백씨와 협연하는 세르미트는 파리에서 메시앙, 불랑제에게 작곡을 공부했으며 남성적 힘과 학구적인 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피아니스트. 에라토와 오비디스 등 유명 레이블을 통해 라벨 피아노곡집을 비롯한 여러 앨범을 내놓고 있다. 두 피아니스트는 『두사람이 동등한 비중을 갖고 연주한다』며 『편곡에 따른 둘의 「역할분담」이 꽤 재미있다』고 감상의 포인트를 소개했다.
백건우씨는 『9번의 핵심은 느린 3악장이라고 생각한다. 3악장의 명상으로 인해 4악장의 환희가 솟아난다』고 밝혀 4악장에 포인트를 둔 일반적 해석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명상적 작품에서 찬사를 끌어내 온 백씨다운 해석이다.
그는 최근 페도세예프 지휘 구(舊)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전곡 녹음을 완성, 내년 2월 2장의 CD로 발매할 예정이다. 02―580―1234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