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법 발효, 영화 11편 『유해』

  • 입력 1997년 9월 8일 20시 22분


청소년보호법이 방송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방송위원회는 최근 각 방송사가 심의를 신청한 영화 가운데 11편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을 내렸다. 이는 청소년보호법이 시범실시를 마치고 지난 1일 본격 시행된뒤 처음있는 일이다. 청소년을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청소년보호법은 유해방송물을 청소년보호 시청시간대(오후1시∼밤10시)에는 방송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또 자막과 마크로 유해방송물 표시를 해야 한다. 이번 방송위의 심의 결과 유해물 판정을 받은 영화는 SBS가 신청한 「속 48시간」과 MBC의 「변성낭자」 「레니게이드」, 그리고 부산방송(PSB)이신청한 「일루전」시리즈 8편. 폭력성이 심한 일부 장면을 삭제하고도 전체적인 줄거리가 마약과 살인청부 범죄조직의 탈법행위 등을 소재로 이루어져 유해물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초 청소년 유해물 판정이 별다른 효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방송사들은 방송위의 결정 이후 영화 방영계획 변경에 나섰다. MBC는 「레니게이드」와 「변성낭자」를 13일 방송할 계획이었으나 방송위원회의 결정 이후 두 편의 영화를 이날 방송분에서 제외시켰다. 밤10시 이전에 방송하려 했던 「레니게이드」가 유해물 판정을 받는 바람에 청소년보호 시청시간대 방송이 불가능해지자 아예 다른 영화로 바꿔버린 것. SBS의 「속 48시간」은 예정대로 8일 밤9시45분 방영된다. 그러나 방송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방송국의 편성 사정때문에 다소 융통성을 두었지만 앞으로 유해물 판정을 받은 영화는 철저하게 밤10시이후에 방송하는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에도 일선 방송 관계자들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이번에 유해물로 판정된 영화도 청소년보호법의 가시적인 효과를 위한 「희생양」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유해물 판정의 가능성이 있는 영화는 대부분 액션영화이거나 무협물인데 지금까지 대부분 부분삭제를 해왔다』며 『유해물 판정을 받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드러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의 시행에 따라 세부적인 자율심의 기준을 마련한 방송사도 아직 없다. 그러나 방송위는 조만간 영화 외에 사전심의 대상인 만화 광고 등에도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청소년보호위원회도 한 달에 두 번씩 청소년 유해물 목록을 발표할 계획이어서 청소년보호법이 방송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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