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바오로수사가 말하는 聖女테레사]『늘 강같은 평화』

  • 입력 1997년 9월 6일 20시 32분


『어머니! 당신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가난한 이들의 곁을 끝내 떠나셨군요. 어머님의 뜻대로 우리들은 헐벗고 굶주린 자들 곁에서 영원히 살아가렵니다…』 임 바오로 수사(49)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6일 이른 새벽 테레사 수녀의 임종 소식을 접한 뒤 인천에서 황급히 달려온 그는 7명의 수사와 둘러 앉아 추모의 기도를 올렸다. 바오로 수사는 행려병자 걸인 등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테레사 수녀가 50년 창설한 「사랑의 선교회」의 서울지부(성북구 삼성동) 관구장. 그는 81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테레사 수녀를 첫 상면했을 때 받은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분은 평화 그 자체였습니다. 테레사 수녀를 만나고 있는 동안 평화의 물결이 주위를 아늑하게 휘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작은 체구에 곧 쓰러지기라도 할 듯한 테레사 수녀였지만 눈빛은 상대를 빨아들일 듯 깊었고 『가난한 이들, 병들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모두 예수』라며 이들을 돌보고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더욱 따듯했다고 바오로 수사는 회고했다. 83년부터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 등을 돌며 해외 선교활동을 하던 그는 85년 인도 빈민굴에서 테레사 수녀를 두번째로 만났다. 『당시 테레사 수녀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곤 인도의 평민들이 입는 옷인 사리 두벌과 침대 하나가 전부였어요. 무소유를 실천하는 살아 있는 「성녀(聖女)」의 모습, 그것이었죠』 그는 89년 대만에서 세번째로 짧은 만남을 가졌고 93년 인도 마더하우스에서 마지막으로 테레사 수녀를 재회했다. 『이 때 테레사 수녀는 중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가진 중국은 가난을 실천할 수사들의 좋은 활동무대라면서 당신 평생의 「마지막 꿈」도 이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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