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절이나 교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이 하는 일에 사심없이 집중하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이 충만한 사회에는 비리와 부정이 발붙일 수 없습니다』
지난 2일 낮 서울 성북구 성북동 대원각 건물입구 직원숙소. 4백여명의 신도들이 임시법당과 앞 마당을 가득 메운 채 법정(法頂)스님의 설법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 길상사(吉祥寺)개원기원법회.
정객 고관들이 드나드는 고급 요정의 대명사였던 음식점 대원각이 올 12월 송광사 서울분원인 길상사로 거듭 나기위해 불사가 한창이다.
아직 대원각이란 간판밑에 대중음식점 영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주지 청학(靑鶴)스님과 회주 법정스님이 위촉한 자문위원들은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가람(스님이 사는 집) 배치 등 길상사의 밑그림을 그려내기에 여념이 없다.
길상사는 「도심속의 산사」라는 특성을 살려 재가 신도들의 수행 및 기도도량으로 이끌어갈 예정. 수행과 교육은 스님이, 사찰의 운영과 관리는 불자들이 맡아 승속이 함께 하는 운영체제가 된다.
평일에는 일반인을 위한 미술 건축 조각 공예 음악 등 불교문화 강좌와 어린이를 위한 전통문화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주말에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찾아와 명상과 참선으로 심신을 닦은 뒤 월요일 아침 출근할 수 있도록 숙박시설도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대원각 건물과 주위 경관 조형은 그대로 살리되 40여동의 건물중 10개 정도만 사찰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개인 가족 청소년단체들의 수련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현재의 출입문은 일주문으로 바뀌고 중앙의 신관은 극락전으로, 오른쪽의 대연회장은 설법전 겸 청소년수련관으로 사용된다. 팔각정은 종각으로, 물레방아가 있는 별채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선에 몰입할 수 있는 선방으로 바뀐다.
대원각은 대지 7천여평에 연건평 3천여평, 시가 1천억원의 대형음식점으로 독실한 불교신자인 김영한(金英韓·81)씨가 지난해 법정스님에게 불교발전을 위해 활용해 달라고 기증했다.
길상사는 이날 법정스님의 법회를 시작으로 매달 한번씩 법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