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야. 엄마 꿈 속에 나타나서 어디 있다고 제발 가르쳐 줘. 엄마가 어디든 빨리 달려가서 우리 나리 구해줄게」.
지난달 30일 오후1시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문화센터 근처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20대 여자에게 납치된 박초롱초롱빛나리양(8·W초등학교 2년)의 어머니 한영희(韓英熙·41)씨.
서울 서초경찰서가 공개수사에 착수한 3일 오전 한씨는 텅빈 나리양 방의 주인잃은 책상에서 떨리는 손으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딸에게 편지를 썼다.
「30일 영어학원 갔다 온다고 나간 후에 돌아오지 않는 빛나리야. 지금 어디서 어떻게 있는지 이 엄마는 나리 생각으로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고 심장이 멎을 것 같구나」.
눈물과 한숨에 지쳐 깜박 새우잠이 들어 있다가도 낯선 사람들 손에서 공포에 떨고 있을 딸에 대한 생각때문에 벌떡 일어나 앉는 피말리는 생활이 벌써 5일째.
자영업을 하는 빛나리양의 아버지(41)도 일손을 놓은 채 울먹거리는 막내 딸(7)을 다독거리며 잠원동 47평 아파트 집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나리가 지금이라도 엄마하고 부르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은 믿음때문에 지금까지 버티고 있단다. 지금 어디에 있든지 데리고 있는 사람 말 잘 듣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라」.
딸의 몸값으로 2천만원을 요구하는 20대 여자의 전화가 지난달 30,31일 연 이틀 걸려왔고 경찰은 전화발신지 추적으로 범인 검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1일 이후 납치범으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자 한씨의 마음은 끝없는 불안감과 알 수 없는 원망으로 뒤죽박죽이 돼 버렸다.
『벌써 애가 잘못돼 있으면 어떡하죠. 낯선 어른을 따라갈 줄 알았으면 평소 「어른 말 잘 듣고 인사 잘한다」고 칭찬하는 게 아닌데…. 학원에서 귀가하는 아이를 조금만 더 챙겨줬어도 이런일은 없었을텐데…』
딸에게 보내는 애끓는 편지는 「하느님 제 예쁜 딸 살려주세요. 하느님이 제게 주신 우리 딸 제발 돌려주세요」라는 절규로 끝을 맺는다.
한씨는 전 국민 앞으로도 편지를 써 「딸을 잃어버린 엄마의 마음으로 주위에 있는 빈 집 지하실 옥상 차 뒷트렁크 등 으슥한 곳 살펴주십시오. 이 나라에 두 번 다시 어린이유괴라는 범죄가 존재하지 못하도록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납치범에게 보내는 편지에선 「애타는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제발 우리 빛나리를 돌려 보내주세요」라고 애원했다.
경찰은 이 날 나리양 학원친구들의 진술을 토대로 납치범의 몽타주를 작성, 전국 경찰에 배포했다.
〈부형권·이명건기자〉
▼ 최근 5년간 주요 유괴사건 ▼
△93년11월19일〓서울 성북구 피연아(皮蓮兒·7)양 유괴 피살
△94년4월11일〓서울 중구 예장동 리라초등학교앞 이강희(李剛熙·8)군 유괴, 범인검거
△94년10월10일〓부산 강주영(姜周英·10)양 유괴피살, 범인검거
△94년10월28일〓경기 안산시 선부동 강태민(姜泰民·8)군 유괴피살, 범인검거
△95년6월8일〓서울 중랑구 면목동 김모양(10)유괴, 범인검거
△95년10월10일〓대구 수성구 만촌2동 장모군(7)유괴
△95년12월6일〓대구 달서구 감삼동 박준민군(5) 유괴피살, 범인검거
△96년1월19일〓서울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주차장 원모군(7)유괴, 범인검거
△97년2월27일〓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11세 초등학생 유괴, 범인검거
△97년4월10일〓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모양(6)유괴, 범인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