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 맞지. 남이언니 맞지』
캄보디아의 훈할머니가 29일 이국생활 54년만에 극적으로 혈육과 상봉했다. 훈할머니는 이날 오전 8시경 인천 중앙길병원에서 친동생 李順伊(이순이·61·경남 합천군 가회면 외사리)씨가 자신을 부둥켜안고 이름을 부르자 통한의 눈물만 흘렸다.
훈할머니는 이날 오전 반세기만에 동생을 만난데 이어 오후 3시경 검찰로부터 혈육이라는 유전자감식 결과를 통보 받고 또한번 동생을 껴안고 울었다.
훈할머니는 캄보디아말로 『너무 기뻐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고 동생 순이씨는 『꿈인지 생시인지』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동생 순이씨와 함께 온 아들 박영화씨(38)및 올케 조선애씨(63)와 조씨의 아들 이상윤씨(38)도 함께 울었다. 조씨는 『우리 시어머니와 너무도 닮았다』며 통곡했다.
훈할머니는 통역을 맡은 김유미양(16)을 통해 『내동생이 틀림없다. 동생이 보여준 남동생(작고)의 사진을 보니 아버지의 얼굴과 똑같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내 이름은 나미(남이)예요. 가족과 고향을 찾아주세요』라고 애원했던 훈할머니는 이날 고국 방문 25일만에 단한명 살아 있는 여동생을 만났다. 캄보디아에서 생존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 6월13일로부터는 2개월16일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고향을 되찾았다.
동생 순이씨에 따르면 훈할머니는 아버지 이성호씨(57년 사망)와 어머니 장점이씨(72년 사망) 사이의 1남3녀중 차녀로 이름은 남이. 아버지는 마산에서 일제시대 엿가게를 경영했고 어머니는 방물장사를 했다.
순이씨는 『40년대 당시 너무 어려 집안에서 엿가게를 경영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위안부로 끌려간 언니가 있다는 사실도 올케 등 가족 친지들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훈할머니의 기억은 매우 단편적이었으나 결코 틀리지 않았음이 동생을 만남으로써 확인됐다. 훈할머니는 기자들과 만나 일관되게 △형제는 1남3녀 △고향은 진동 △내 이름은 나미(남이)라고 말해왔었다.
훈할머니는 『우선 합천의 동생집부터 찾아가봐야 겠다』며 『캄보디아로 돌아가 모든 것을 정리한 뒤 하루 속히 고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훈할머니는 다음달 1일 캄보디아로 돌아간다.
〈인천〓박희제·이헌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