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무작정 집을 떠나고 싶어하는 방황형, 그리고 집안불화 등의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탈출형이 있죠』
최근 가출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가출일기」(문학수첩)를 펴낸 김혜정양(14)의 제법 어른스러운 「가출론」이다.
단발머리에다 앳된 인상을 지닌 그는 충북 괴산군 증평읍에 위치한 증평여중 2학년생.
전교에서 1,2등을 다투는 「범생」인 그가 남자고등학생의 험한 가출이야기를 소설로 담아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저요? 물론 전 가출을 해본 적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거고요』
그런데 왜 「가출 일기」를 썼을까.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컴퓨터 통신을 시작했는데 어떤 남자고등학생이 털어놓은 사연을 보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동화와 명랑소설을 많이 읽은데다 직접 써 본 경험도 있다는 김양의 첫 장편소설은 그래서인지 정밀한 글맛은 덜하지만 쉽고 편하게 읽힌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1학년인 채치현. 학교 이사장의 손자이자 의사인 아버지와 서울대의대에 수석합격하라며 옥죄는 어머니를 둔 아이다.
어느날 문득 가출을 결심한 그는 바닷가와 섬 도시 등 여러 곳을 떠돌며 또래의 가출친구 및 명예퇴직후 방황하는 아저씨 등과 친해진다.
온갖 위기를 겪다가 서울로 돌아온 치현은 여관방에서 편지를 남긴 채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간신히 살아난 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집을 떠나온 가출학생과 어른이 대면하는 낯선 현실, 흔들리는 심리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가끔씩 학교에 가기 싫어 가출충동을 느끼곤 했어요. 또 실제로 가출한 친구들과 나눈 다양한 고민들도 글쓰기에 보탬이 됐습니다』
다만 남자의 심리를 잘 몰라서 약간 힘들었다고.
결국 「가출일기」를 통해 그가 꺼내는 주장은 뭘까.
『부모와 선생님 등 주위 어른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가출은 없는 게 최고겠지만 가출했다 돌아온 경우에는 야단보다 따뜻하게 감싸주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거침없는 한마디 한마디가 시원하고 당찬 성격을 보여준다. 지난 겨울 넉달쯤 걸려 쓴 원고를 신문광고에서 본 출판사 주소로 무작정 부쳐서 출판에 성공했다.
꿈도 거창하다.
『정치가가 되고 싶어요. 열명중 아홉명이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그런 정치가요』
웬 정치가? 동기가 궁금하다.
『한살 위인 언니가 늘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경쟁심에서 저도 대통령을 꿈꾸게 됐습니다』
정치가가 되면 마음의 장애를 갖게 된 가출학생은 물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치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도 내비친다.
혜정의 가정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과 4남매가 화목하게 사는 대가족. 특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아버지 김관회씨(40)의 정성이 놀랍다.
『컴퓨터통신도 가입시켜 주셨고 종종 만화책을 손수 골라 사주세요』
덕분에 그는 통신접속과 만화삼매경으로 여가시간을 보낸다.
만화가 이미라씨의 열성팬이 됐다. 대표작 「인어공주를 위하여」(전9권)는 물론 잡지에 연재중인 신작 「남성해방 대작전」까지 두루 읽었을 정도다. 초등학교 6학년때 뜻모르고 읽은 「고등어」(공지영 저)의 감동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HOT의 강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혜정.
그의 방학생활은 또다른 글쓰기로 채워지고 있다.
『지금은 성(性)문제와 따돌림 등 여학생들의 현실적인 고민, 즉 우리들의 일상을 그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