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도 깨끗하게 비치는 자동차 백미러, 안개나 빗속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안경…」.
여름 장마철이 시작되면 한번쯤 떠올리는 희망사항이다.
이 희망사항은 곧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관련 기술이 개발된데다 제조업체들이 최근 이 「환상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 생산라인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표면의 물기를 순간적으로 없애주는 제품은 이미 몇가지 나와 있다. 물방울이 맺히지 않게 하는 무적(無滴) 비닐은 10여년전부터 농업용으로 생산되고 있고 일본 자동차회사는 물기제거 백미러를 적용한 승용차를 판매중이다. 그러나 기존의 무적 제품은 화학적 처리방식을 이용해 수명이 3∼6개월로 짧은 게 흠. 또 일제차의 물기 제거 백미러는 표면의 빗물을 방울로 만든 뒤 초음파로 털어내는 방식이어서 구조가 복잡하고 고가인 게 단점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세라믹연구부 고석근박사팀은 이와 다른 방식으로 수명을 반영구화한 무적 기술을 개발해 최근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연구팀이 응용한 기술은 러시아의 국방기술. 러시아 항공재료연구소(VIAM)가 우주선이나 유도탄에 적용하던 플라스마 표면처리 기술을 상업용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기존의 무적 방식과 다르게 유리나 비닐의 표면에 강한 플라스마를 쪼여 표면 구조가 높은 에너지를 띠도록 바꾸는 것. 이 경우 표면에 떨어진 물방울은 얇게 퍼져나가 저절로 흘러내리게 된다. 기존의 방식이 물을 뿌리치는 소수성 방식인데 비해 이번 기술은 반대로 물을 끌어당기는 친수성 무적기술이다. 수명이 반영구적이고 제조비가 싼 게 장점이다.
안경제조업체인 한양광학과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새한콘택트는 고박사팀의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빗속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고 찬 곳에서 더운 곳으로 갑자기 들어설 때 뿌연 김이 서리지 않는 안경을 올해안에 내놓을 예정. 이같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는 내수는 물론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일부 자동차업체도 최근 무적 백미러에 대한 연구를 벌이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목욕탕 거울과 물안경 스키고글을 이 기술을 써서 생산하려고 한다.
고박사는 『유리와 비닐의 표면을 친수성 구조로 전환하면 접착력이 크게 높아진다』면서 『이 경우 유리와 비닐에 페인트 인쇄가 쉬워져 포장재낭비를 막아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