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타이태닉」,브로드웨이 쾌속항진

  • 입력 1997년 6월 27일 09시 05분


《「바다를 떠다니는 거대한 궁전」. 1912년 4월 바닷속으로 사라졌던 영국의 호화유람선 「타이태닉호」가 85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뉴욕 브로드웨이에 출현, 순항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23일 무대에 올려진 대형뮤지컬 「타이태닉」. 불과 한달 남짓 지난 이달초 최우수뮤지컬상 등 5개부문의 토니상을 석권했으며 브로드웨이 최고의 인기뮤지컬로 자리잡고 있다.》 무대는 브로드웨이 46번가 룬트 폰테인극장. 6월의 세번째 주말. 뉴욕에 몰아닥친 본격적인 무더위 속에서도 턱시도와 이브닝드레스를 차려입은 남녀 등 4천5백여명의 관객들이 「세기적 사건을 재현한 무대」에 감탄의 박수를 보냈다. 4만6천t의 철로 만든 11층규모에 3천5백11명의 탑승객을 태운 이 유람선이 환호속에 출발하는 장면과 함께 시작된 무대는 침몰순간까지의 극적상황을 2시간 동안 춤과 노래로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특히 침몰의 서곡인 선상 호화파티장면이 백미. 1등실 승객들이 참여한 선상 호화무도회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술과 안주를 담고 있는 이동수레가 저절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음악이 놀라 멈추고…. 무대 안팎의 시선들이 모두 그 작은 수레를 향한다. 위기상황으로 반전되며 잠깐의 암전이 생긴 순간. 어둠속에 화려한 불빛을 반짝이며 타이태닉호가 거대한 자태를 드러내며 진군한다. 「미스 사이공」의 라스트신에 등장하는 대형헬리콥터와 비견되는 압권. 조타실과 선실 지하무전실 등 3개층을 한꺼번에 등장시킨 입체적인 무대는 관객의 눈길을 잡아끌고 고향의 연인을 향한 청년의 순애보와 노부부의 감미로운 사랑이야기는 사람들의 귀와 눈물샘을 두드려댄다. 대형무대로 꾸며진 「타이태닉」의 제작비도 대규모. 할리우드 영화 「타이태닉」의 2억8천만달러에 비해서는 미약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기록적인 액수인 1천만달러(약90억원)가 들었다. 『세기적 사건의 현장에서 여러 인간군상이 폭발적으로 분출해내는 다양한 감성들을 춤과 노래로 녹여내는데 역점을 두었다』 「나인(Nine)」과 「그랜드 호텔」 등으로 빛나는 모리 예스톤과 「1776」으로 유명한 각색자 피터 스톤이 입을 모아 설명하는 「타이태닉」의 강점이다. 〈뉴욕〓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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