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화제의 반란]『공부만 하고 못살아』

  • 입력 1997년 6월 3일 07시 42분


『학교는 얄팍한 한줌의 지식을 주는 대신에 내게 필요한 것을 뺏어갑니다. 사는데 필요한 기본만 가르쳐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뒀으면 해요』(이세일·용강중 3) 『록가수가 꿈인데 학교에서는 꿈을 키울 수 없어요. 부모님의 반대도 심하고…』(황보람·16세) 『어른들이 펼쳐주는 레크리에이션 멍석은 솔직히 유치하고 따분해요. 어른들은 청소년 문화를 보는 눈높이를 낮춰야해요. 또 TV에서 백댄서를 취재할때도 학교성적을 묻던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이선영·신림고 1) 학교는 지옥? 1일 오후 보라매 청소년회관 보람터. 1백50여명의 십대들이 학교가 없으면 좋은 이유를 손꼽고 있었다. 「공부만 하고 못살아」라는 이름의 이 청소년 문화제는 사회가 인정하는 「정답」대신 대안적 문화를 추구하는 단체 「또하나의 문화」에서 마련한 것. 무크지 「새로 쓰는 청소년 이야기 1」의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다. 참석한 십대들은 세시간 동안 「왜 학교에 가기 싫지」 「공부만 하고 못살아」를 두고 발언대 영화 촌극 노래 등의 형식을 빌려 제도 교육에 얽매인 자신들의 모습과 기성세대의 추태를 꼬집었다. 김현진양(M여고)의 사례. 영화 감독이 꿈이다. 청소년이 해적 방송을 통해 학교의 비리를 고발하는 영화 「볼륨을 높여라」를 1백43번이나 봤을 정도. 그런데 김양은 교실을 영화에 담으려다 「문제아」로 찍혔다. 그의 이야기. 『영화를 만들려고 했더니 선생님이 시나리오를 보자고 했다. 보고 나더니 중고교 교육과정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니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영화를 딴따라짓이나 저속한 대중오락물이라며 혀를 찼다』 그래도 김양은 반아이들의 협력을 얻어 게릴라식으로 단편 영화를 찍었다. 그의 말. 『우리는 국화빵이 아니에요』 강남여중 청소년 문화연구반은 촌극 「은밀한 유혹」에서 『우리들이 어른들의 짓거리를 모른다고? 천만의 말씀!』이라며 눈을 부릅뜬다. 가출한 십대들이 돈을 더 잘벌기 위해 단란주점으로 진출했다. 술취한 어른들의 더러운 요구. 『우리가 모를 것 같아요?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누구때문인데요!』 우리를 억압하기만 하는 학교는 싫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서 뛰어가고 싶은 학교, 나보다 더 나를 이해해주는 선생님과 어서 배우고 싶은 교과목이 있는 학교, 하늘 높이 떠오르는 풍선처럼 우리의 꿈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학교… 우리가 원하는 그런 학교는 어디 없을까. 〈허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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