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째인 전업주부 정수진씨(29·서울 반포동)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남편을 지하철역까지 배웅한다.
지난해 5월23일 아침 그는 약국에 갈 일이 있어 남편과 함께 집을 나왔다가 지하철역까지 가게 됐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을 느꼈다. 남편은 평소 하지 않던 회사 얘기도 했다. 그뒤부터 아침마다 두살배기 딸의 손을 잡고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남편을 배웅하게 된 것이다.
정씨는 1년 전만 해도 밤늦게 허영거리며 왔다가 숙취에 찌든 몸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보며 자신이 하숙을 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매일 아침 배웅을 하면서부터는 남편에 대한 원망이 사라졌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도 않게 됐다. 『함께 걷는 시간 만큼 부부의 정이 깊어져요』 정씨는 이웃과 친구들에게도 남편의 출근길에 따라가 보라고 권하곤 한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