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람들은 거개가 셰익스피어를 모른다. 그런데도 영국인들은 한사코 인도와 셰익스피어를 바꾸지 않겠다고 거만을 떤다.
우리에게도 인도는 두개의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먼저 「검은 밀가루」로 빚은 빵을 파는 뉴델리의 행상. 길거리의 파리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검은빵인줄 알았다는 이야기다. 많은 외국인들에게 인도는 손으로 뒤를 닦는 불결한 나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도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인 데비가 영국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그녀는 인도의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청중들에게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으나 엉망이 되고 말았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녀가 이유를 설명했다. 『청중들을 보니까 이사람들이 모두 화장지로 뒤를 닦았을테고 그곳에 더러운 것이 말라붙어 있겠지, 하는 생각이 도통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거예요』
이옥순 숭실대교수의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책세상).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근대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교수가 자신의 6년 체험을 바탕으로 펼치는 편견없는 「인도읽기」다.
반면에 명상시인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열림원)은 인도의 또 다른 얼굴인 명상과 요가, 그리고 힌두교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깨우치는 잠언(箴言)기행이다.
「…카레가 없다」가 인도를 추상과 허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 명암 그대로 그리고 있다면 「하늘 호수…」는 세기말 이 혼탁한 시대에 영혼의 떨림이 느껴지는 인도인들의 정신세계를 떠받든다.
다른 똥 이야기. 명상시인이 인도여행 중에 버스 안에서 배탈이 났다. 부득이 차를 세우고 승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볼일을 볼 수밖에. 「광야에 쪼그린 외로운 문명인」은 일이 끝난 뒤 짐짓 엄숙한 어조로 화장실이 없는 인도의 위생관념을 나무란다.
그러자 빙긋 웃으며 한 승객이 대꾸했다. 『자연 속에서 자연적인 일을 처리하는게 뭐가 나쁘지요? 왜 외국인들은 성냥갑만한 곳에 숨어 냄새를 맡아가며 똥위에 똥을 누고 있습니까. 우리는 아침마다 대자연 속에서 바람과 구름을 바라보며 일을 봅니다. 아, 그것은 최고의 명상이지요』
그래서 나온 말인가. 파리장의 잣대로 아프리카를 잴 수 없고 아프리카인의 눈으로 유럽을 헤아려서는 안된다는….
「하늘호수…」의 감동은 평범한 인도인들의 생활을 통해 인생의 깊은 교훈과 통찰을 전하는데 있다.
「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올드 델리의 택시운전사).
「행복의 양과 불행의 양은 같은 겁니다. 신이 내게 주지 않은 것보다 준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지요」(캘커타의 행상).
「때로는 주고 싶을 때 줄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다. 난 주고 싶어도 줄게 없다」(여자거지).
거품이 꺼져갈수록 간소한 삶이 가져다주는 평화와 안온이 소중하게 여겨지기 때문일까. 이 부서지고 침몰하는 소란한 시대의 「인도 바람」은….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