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의 공세에 밀려 전통의 재래시장이 하나둘 사라지듯이 첨단시설을 갖춘 영화관과 편리해진 비디오의 물결에 밀려 역사를 자랑하는 동네극장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2동 일산극장은 곧 사라질 운명에 있는 대표적인 극장. 일산신도시 지하철 마두역 역사에 연결된 10층 건물에 오는 6월중 나운시네마라는 첨단 개봉관이 문을 열면 아무래도 더 지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36년전인 지난 61년 문을 연 이 극장은 이 지역의 유일한 문화사랑방으로 주민들의 아낌을 받아왔다. 경의선 일산역과 일산5일장터에서 가깝다는 이점도 있어 장날에는 장을 찾은 상인들이 좌석을 메웠고 주말이면 부근 주민들이 찾아와 「시네마천국」을 이루었다.
서울 아세아극장에서 10년간 기술부장으로 있다 집까지 팔아 지난 76년 이 극장을 인수한 金安司(김안사·61)씨 부부는 중년 이후의 삶을 이 극장에 바쳤다.
그러나 극장 나이 서른을 넘기자 「잔치는 끝났다」. 김씨는 『비디오방 노래방 등이 들어서기 시작한 4,5년전부터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한다. 일산극장의 양쪽 입구에도 비디오방이 들어섰다.
하루에 채 10명도 극장을 찾지 않는 날이 늘자 지난해부터는 극영화 상영의 원칙을 버리고 에로영화 등을 하루 두편씩 상영했다.
그래도 별 효과가 없어 5명이던 직원도 1명만 남고 다 떠났다.
김씨의 부인 洪鐘淑(홍종숙·51)씨는 『빛바랜 추억만 남았지만 이 극장과 함께 한 20여년이 자랑스럽다』며 『일산에서 자란 30,40대 중 이 극장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고양〓선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