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화제의 책]초등교 고학년용 「전봇대 아저씨」

  • 입력 1997년 5월 3일 09시 20분


아이에게 뭘 읽힐까. 눈치 코치가 「빤한」 초등학교 6학년. 일요일 아침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TV 앞에서 만화영화를 기다린다. 억지로 공부방으로 내몰지만 30분 간격으로 들락날락이다. 「짝」은 스토리가 뻔해서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잘난체」다.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용의 눈물」은 너무 뜸을 들인다고 참견이다. 「세자 방석」이 죽을 날만 기다리는지. TV 앞에서 내쫓기는 내쫓아야 겠는데…. 동화책을 주며 등을 떼밀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코웃음. 『응, 그거. 우리나라 좋은 나라래』 「머리 굵은」 아이들에게 한번 권하고 싶은 동화책이 나왔다. 창작과 비평사의 「전봇대 아저씨」(채인선 동화집). 동화책을 「떼려는」 초등학교 5,6학년의 눈높이에 맞는 동화 11편을 모았다. 「가난한 사람은 착한 사람, 부자는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에서 훌쩍 벗어나 있다. 착한 이는 복을 받고 나쁜 이는 벌을 받는다는 빤한 해피엔딩이 아니다. 우리 전래의 익살에 서구풍의 유머감각이 어우러져 흔쾌하고 명랑한 웃음을 자아낸다. 어른들은 좀 난해할 정도로 상상력이 「튄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그렇듯 눈에 비친 대상을 제 마음대로 구겼다 폈다, 과장하고 생략하고…. 언뜻 보면 엉망인 것 같은데 실은 그들만의 투명한 시선에 잡힌 특징을 「사진」보다 더 꼼꼼하고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가 박완서씨의 평이다. 무작정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아이를 끼고 돌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와 많이 다르다. 어린이들이 가족과 사회, 자연과의 열린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성장소설」의 일면이 엿보인다.(값5,000원)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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