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문학 1백년을 더듬은 책은 많다. 이인직의 신소설에서 90년대초 「후일담 문학」까지. 논자를 달리해 줄기차게 다루어졌다.
그렇다면 색다를 것도 없다. 부제는 한술 더 떠 「쉽고 흥미롭고 새롭게」 쓰여졌음을 밝힌다. 눈이 번쩍 뜨이는 학설을 기대하는 「고급독자」에게는 달갑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손이 간다. 이유를 들자면….
우선 형식. 주인(主)과 손님(客)이 대화를 나눈다. 「선생」 입장인 주인은 정설로 굳은 객관적 사실을 설파하고 손님은 자유분방한 상상력에 기대어 독자적 해석을 시도한다. 강의 분위기로 시작된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장소는 사랑방으로 옮겨지고 도발 논박 타협이 어우러진다.
근대문학의 유입경로,육당의 신체시와 춘원의 「무정」이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창조」의 김동인과 「폐허」의 염상섭이 3.1운동에 즈음해 겪었던 혼돈, 단재와 육사는 왜 아나키즘에 기울었는지, 카프문학의 등장과 굴절….
전개방식도 독특하다. 시대별 문단의 쟁점을 논하기에 앞서 당시 국제정세와 사상계의 흐름을 짚는다. 약소민족의 문학일망정 세계사와 동떨어진게 아니라는 해석이 곁들여진다. 문단 야사도 양념 구실을 한다. 「무정」의 주인공 박영채는 고아 시절 춘원을 돌봐준 동학교도의 딸이 모델이고, 미남 시인 임화는 카프에 가입하기 전 영화배우로 활동했다는 얘기 등등.
치열한 문학정신을 바탕으로 비평을 천착해온 저자의 문학사회학적 통찰력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김윤식 지음(문학사상사 12,000원)
〈박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