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PC 투매사태…업체 연쇄부도여파 덤핑전쟁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김종래기자] 「3백만원대 컴퓨터가 단돈 1백만원」.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지난 달만 해도 수백만원하던 한국IPC의 펜티엄PC가 1백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두 번 다시없는 PC구입 기회, PC업체에는 최악의 위기. 국내 컴퓨터 유통시장이 전쟁터처럼 되어버렸다. 최근 한국IPC 멀티그램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등 컴퓨터와 부품유통업체의 잇따른 부도 파문 여파로 터무니없는 덤핑 판매가 불붙고 있다. 업계는 이들 회사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용산전자상가를 상대하는 중간유통업자에게 최소 3천대가 넘는 PC와 부품을 헐값에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3년간 「가격 파괴」를 내건 업체가 잇따라 부도가 나자 이제는 「가격 혼란」의 폭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PC마니아 사이에는 「이번 기회에 잘만 하면 PC를 헐값에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원효상가의 한 PC판매점 상인은 『지난 달말 8t 트럭 2대가 한국IPC의 PC를 가득 싣고와 헐값에 넘긴 것을 보았다』며 『다른 상가에도 수십 수백대씩 덤핑PC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점에 따라서는 같은 제품이라도 30여만원까지 값 차이가 난다. 게다가 이러한 PC는 애프터서비스나 교환 환불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PC를 아예 분해해 부품으로 파는 경우도 늘고 있다. 덤핑 판매는 곧 다른 회사의 탈없는 제품마저 값이 떨어지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 부도와 덤핑 판매로 컴퓨터판매가 부진해질 것을 우려한 판매점들이 앞다퉈 값을 내리는 투매로 번지고 있다. 판매마진 20%도 최근에는 10%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입학 졸업 시즌으로 이어지는 PC판매 성수기를 맞고 있지만 예년과 같은 호황은 이미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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