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해외영화제 잇달아 수상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2분


[박원재 기자]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동아수출공사 제작)이 해외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 영화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0월 캐나다 밴쿠버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인 용호상(龍虎賞)을 받은데 이어 8일 폐막된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인 타이거상을 차지했다. 한국영화가 국제무대에서 일관되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극히 드문 일. 이 작품은 14일부터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의 포룸부문을 비롯해 스위스 프리버그,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6개 영화제의 초청장을 받아둔 상태다. 「돼지가…」은 삼류소설가 극장매표원 샐러리맨 주부 등 4명의 남녀를 등장시켜 현대인들의 삶의 단면을 파헤친 옴니버스 영화. 90년대 중반 서울사람들의 일상을 과장이나 기교없이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로 냉정하게 묘사해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작품성에 대한 평가에 비해 흥행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것도 이 영화가 만들어낸 화제거리. 지난해 4월 서울 코아아트홀에서 개봉된 「돼지가…」은 서울 관객수가 4만여명에 그쳐 7억원의 제작비를 건지는데 실패했다. 「돼지가…」의 흥행저조는 이른바 아트영화 계열의 작품에 대한 국내 영화시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화평론가 강한섭씨는 『리얼리즘의 새 전형을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며 『다만 소재나 내용전개 방식 자체가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돼지가…」은 최근 영화진흥공사가 선정한 「96년 좋은 영화」 6편에 끼지 못해 제작사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영화관계자들은 『한국영화의 세계화를 부르짖는 마당에 국제무대에서 호평받는 작품을 제외시킨 것은 시대흐름과 맞지 않는 처사』라며 영화정책 담당자들의 구태의연한 발상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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