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극장가 에비타 흥행 1위…「국산」자존심 초록물고기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2분


[박원재 기자] 마돈나와 톰 크루즈, 성룡의 돌풍. 한석규 문성근 심혜진 「토종 3인방」의 선전. 근래 보기드문 화제작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설 연휴 극장가는 「에비타」 「제리 맥과이어」 「나이스 가이」의 강세속에 한국영화 「초록 물고기」가 호조를 보이는 양상으로 압축됐다. 선두 주자는 뮤지컬 영화 「에비타」. 7일 개봉된 이 영화는 주제가 모호하고 완성도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 주상영관인 서울 피카디리극장의 예매표가 1만장을 넘어서는 등 초반부터 흥행 분위기를 이끌었다. 수입사측 주장과 업계의 분석이 엇갈리지만 연휴 3일동안 5만여명이 관람했다는게 극장가의 중론(서울 개봉관 기준). 시내 중심가의 상영관은 평일 낮시간대가 매진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평소 극장을 별로 찾지 않는 40, 50대 중년들이 부부단위로 관람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제리 맥과이어」는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1주일 먼저 개봉된 탓에 표 구입 열기는 다소 처졌지만 상영관 수가 많은 것에 힘입어 서울 관객수는 「에비타」의 80∼90%선을 유지했다. 홍콩 액션영화 「나이스 가이」는 상대적으로 서울시내 외곽과 지방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다. 몸을 사리지 않는 성룡 특유의 호쾌한 액션이 홍콩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만 3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도 관객수 3만명을 기록,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히트작 대열에 합류했다. 한석규의 리얼한 연기에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배합한 연출력이 어필했다는 분석. 반면 「조강지처 클럽」 「댓씽 유 두」 「러브 앤 워」와 한국영화 「불새」는 경쟁작들의기세에눌려맥을못췄다. 지난해 가을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조강지처 클럽」은 국내 관객들의 정서와 맞지 않은 탓인지 부진했고 톰 행크스의 감독 데뷔작인 「댓 씽 유 두」와 샌드라 불럭의 「러브 앤 워」도 범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정재 주연의 「불새」는 2주 연속 침체에 빠져 배우 개인이 갖는 관객 동원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만성적인 불황에 시달려 왔던 극장 관계자들은 설 연휴의 호황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영화가 좋으면 관객이 찾는다」는 명제를 새삼 실감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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