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順德 기자] 요즘 서울 동숭동 하늘땅소극장에서 연극 「이원승이 웁니다」를 보는 관객들은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신발을 벗은 채 관람을 하는 것.
장내정리를 맡은 극단 관계자들은 돗자리가 깔린 극장 입구에서 비닐로 된 신발주머니를 나눠주며 신발을 벗도록 요청한다. 긴 부츠를 신고 온 여성관객도 예외는 아니다. 관객들이 신발을 벗어야 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오태석 연극」이기 때문이다.
중견 작가겸 연출가 오태석씨는 배우들을 맨발로 출연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1976년 극단 목화레퍼토리 단원들을 이끌고 「춘풍의 처」를 공연하면서부터 시작된 그의 「맨발 연극」은 창작극은 물론 번역극에도 적용됐다.
지난 95년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중세풍의 화려한 드레스차림에 맨발로 등장한 줄리엣을 보고 『줄리엣이 웬 맨발?』하고 놀라는 관객도 있었다.
오씨는 배우를 맨발로 출연시키는 이유에 대해 『어린시절 맨발로 놀던 것처럼 심리적으로 「무장해제」가 될뿐아니라 신체언어가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관객에게는 『저 배우들은 심신을 「열고」 연기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연극을 놀이화하고 전통을 현대화하는 그의 연극철학이 이 맨발론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원승이 웁니다」는 오태석씨가 연출과 극본을 함께 맡은 작품이다. 관객의 신발을 벗긴 것에 대해서도 오씨는 『관객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낯선 극장에 있다기보다 이웃집 사랑방에 와있다는 느낌을 줄 것이라는 기대다.
다음달 국립극단에서 자신의 대표작 「태」를 공연하는 오씨는 국립극단 배우들도 모두 신발을 벗길 작정이다.
단지 「이원승이 웁니다」에서 출연자 이원승씨는 맨발대신 양말을 신고 출연한다. 극 전개상 빨간 양말을 신은 모습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