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취향대로』건설업계 「에이지 마케팅」확산

  • 입력 1997년 2월 2일 19시 57분


[黃在成기자] 아파트는 공장에서 나오는 일반 생산품과는 다르다. 우선 가격이 매우 비싼데다 제조기간이 보통 2∼3년 정도 걸리고 사용연한도 평균 15∼20년으로 길기 때문. 불과 90년대초만 하더라도 아파트에 판매촉진을 위한 기능개발이나 마케팅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처럼 여겼던 것이 건설업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말뚝만 박아도 아파트를 팔 수 있던 시절이 지나고 93년말 이후 지금까지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가 자금난에 따른 경영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심한 경우 회사의 존폐를 위협하는 골치덩어리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판매촉진을 위해 다각적인 기능개발과 함께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업체들이 선보이는 아파트판촉을 위한 마케팅 수법중 하나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의 연령층에 맞게 아파트 포장(실내인테리어)을 다르게하는 이른바 「에이지 마케팅(Age Marketing)」이다. 에이지 마케팅이 적용된 일반 제조품의 대표적인 예는 일회용 컬러반창고. 상처난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바르는 반창고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살색으로 만들어져 왔으나 톡톡튀는 신세대의 취향을 겨냥, 녹색바탕에 얼룩반점이 들어간 컬러반창고가 개발돼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건설업계의 에이지마케팅은 실내공간을 꾸미면서 중장년층 이상에선 한국적이고 자연적이며 고전적인 형태를 원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세련되고 감각적이며 도시적인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95년 업계 최초로 에이지마케팅을 도입한 대우건설은 연령별 특성과 가족수,실내크기 등을 고려, 「캐주얼형」 「엘레강스형」 「내추럴형」 등 6개형의 인테리어를 개발, 「테마인테리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다. 즉 20∼30대 신혼부부로서 유아와 함께 10∼20평형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화려하며 활동적이고 도시풍을 좋아하므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되 전체적인 색조는 빨강 파랑 등 원색중 한가지 색으로 통일하는 「캐주얼형」을 적용한다는 식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전문디자인업체에 의뢰, 현대사를 통해 나타난 한국인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클래식형」 「엘레강스형」 「내추럴형」 「모던형」 등 네가지 인테리어형을 개발, 올해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형태는 「엘레강스형」으로 주대상을 30대 맞벌이부부와 함께 독신여성으로 잡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쌍용건설도 올해부터 테마가 있는 주택상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아래 40∼50대는 「클래식」, 30∼40대는 「엘레강스」, 30대는 「모던」, 20대는 「캐주얼」이라는 이름으로 인테리어를 개발해 놓고 있다. 앞으로는 에이지마케팅의 대상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선경건설과 대한주택공사는 작년 한햇동안 천안 광주 부산지역에서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아파트거주자의 연령특성 등을 포함한 생활유형을 조사한 결과를 기초로 6가지의 주택유형개념을 개발하고 올해중 구체적인 상품을 개발해낼 계획. 이들은 「장래대비 생활형」 「소극적 생활형」 「관습적 생활형」 「가족단란 생활형」 「보수적 생활형」 「감성적 현대생활형」으로 나눠 단순한 인테리어 개발에 그치지 않고 방수나 배치, 모양까지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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