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1세기/여성시대]2010년의 「신가정」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高美錫기자」 2010년 3월 경기 용인의 한 전원주택단지. 오전 6시반 주부 신미래씨(34)는 창밖의 새소리를 들으며 깨어난다. 아침식사는 늘 그렇듯 요리를 즐기는 동갑내기 남편 이상형씨가 준비한다. 그동안 신씨는 초등학생인 남매의 등교준비를 돕는다. 이들은크든작든가사와 육아에 관해 철저한 공동책임제를 고수한다. 아이들이 학교간 다음 이들은 청소와 세탁을 분담해 일을 끝낸다. 오전 10시경 부부는 곧바로 서재 겸 책상과 컴퓨터를 들여놓은 「사무실」로 향한다. 남편은 주5일 재택근무를 한다. 신씨는 파트타임으로 컴퓨터 관계일을 하면서 지역의회 모니터활동과 환경운동단체 자원봉사일을 맡아 남편보다 바쁘다. 점심은 스파게티와 잡채밥 등 냉동실에서 각자 원하는 메뉴를 골라 데우기만 하면 된다. 「부엌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영양과 맛의 손실없이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식품이 개발돼 식탁차리는 부담이 훨씬 줄었다. 오늘은 신씨가 환경감시단에서 자원봉사하는 날. 자연스레 식사준비와 저녁에 열리는 학부모회의 참가는 남편몫이다. 집안에 있는 컴퓨터와 전화 가전제품등이 연결돼 외출중에도 전화를 걸어 원격조정을 할 수 있다. 남매출생시 남편은 6개월씩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사회활동에 관심많은 아내 대신 컴퓨터통신을 통해 아이들 선생님과 상담하는 것도 남편이다. 신씨의 제안에 따라 이들은 명절이나 가족행사때도 시댁과 친정 구분없이 똑같이 참여한다. 이것은 21세기 주부의 하루생활을 상상한 것이다. 여성들의 약진은 21세기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최근 펴낸 「아시아 메가트렌드」에서 여성시대가 오고 있다는 징후를 통계를 통해 보여주면서 「남성 지배질서로부터 여성들의 전면부상」을 예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녀가 동등한 책임과 권리를 누리는 장밋빛 미래는 거저 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동국대 조은교수(사회학)는 『미래사회에서는 전업주부로 남아있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것으로 예측된다』며 『여성들이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장필화교수(여성학)는 『21세기가 된다고 남녀관계가 갑자기 변할 수는 없다』며 『여성문제에 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립하는 만큼 여성 스스로 사회구조와 의식을 바꾸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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