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96문학의 해」결산-「아버지」60만부 『히트』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鄭恩玲기자」 96년을 마감하는 문학계의 감회는 남다르다. 「문학의 해」로 지정된 한해였지만 문학출판계는 90년이래 최대 불황을 겪으며 「독자이탈」을 뼈아프게 체감했던 한해였기 때문이다. 올해 문학계에서는 각각 「부성애 회복」과 「외설시비」라는 상반되는 주제가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명예퇴직한파와 더불어 50대 아버지의 쓸쓸한 말년을 그린 「아버지」가 6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올해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반면 장정일의 신작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와 열음사의 「아마티스타」 등이 「음란도서」로 판정돼 출판사 대표가 구속되고 출판사의 등록이 취소되는 사태를 빚었으며 이 와중에 현역문인 2백70여명이 「문학작품의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해 올해 문단을 뒤흔든 사건으로 기록됐다. 전반적인 불황속에서 베스트셀러 출판사들의 다원화 경향이 두드러진 것도 96년의 특징이다. 문이당(김정현작 「아버지」) 문학동네(은희경작 「새의 선물」, 안도현작 「연어」)열림원(이청준작 「축제」) 해냄(구효서작 「비밀의 문」, 이순원작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살림(양귀자작 「천년의 사랑」) 등 올해 문학부문의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들은 문학출판으로는 연한이 짧은 출판사들이 대부분인 것. 문학계의 90년대적인 징후인 「여성작가들의 활약」은 올해도 계속됐다. 「새의 선물」의 은희경, 「염소를 모는 여자」의 전경린, 「블루버터플라이」의 차현숙, 「책 읽어주는 남자」의 서하진, 「궤도를 이탈한 별」의 김이태, 「식빵을 굽는 시간」의 조경란, 「푸르른 틈새」의 권여선씨 등이 96년 눈길을 끈 신인 여성작가들로 꼽힌다. 서사성을 갖춘 「대작」이 드문 풍토에서 중견작가 김주영씨의 「야정」, 최명희씨의 「혼불」이 각각 10여년이 넘는 산고를 거쳐 탄생돼 눈길을 끌었으며 고은씨가 대하시집 「만인보」연작의 10∼12권째를 펴내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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