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불명 방송용어 금지…MBC아나운서 우리말모임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李元洪기자」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말은 쓰지 말자』 우리말을 가꾸기 위한 MBC아나운서 「우리말 나들이 모임」이 최근 간행물 「우리말 나들이」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핀트」는 흔히 「초점」을 뜻하는 영어 또는 외래어로 알고 일반인들이나 방송인들 사이에서 쓰이기도 하지만 「핀트」는 영어도 외래어도 아니라는 것. 「우리말…」은 이같은 예를 들며 방송가에서 쓰이는 용어들의 유래를 밝히고 오용을 바로 잡고 우리말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핀트」의 어원은 영어가 아니라 네덜란드어 「브란드 퓐트(brand punt)」라는 것. 영어의 「파이어 포인트(fire point)」에 해당하는 뜻으로 「불타는 점」의 뜻을 지녔다. 이를 일본인들이 「점」을 뜻하는 「퓐트」만 따서 「핀토」로 줄여 쓰고 우리가 이를 「핀트」로 받아들여서 쓰고 있다는 것이 「우리말…」의 주장이다. 「우리말…」은 정체불명의 「핀트가 맞지 않는다」대신 「초점이 맞지 않는다」로 바꿔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방송가에서 자주 쓰이는 「입뽕」이라는 말을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입뽕」은 방송사에 입사한 PD들이 조연출을 끝내고 정식 연출자가 되어 첫 작품을 찍는 것을 말한다. 이는 「홀로서기」를 뜻하는 일본어 「잇뽕 닷치」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말…」은 「입뽕했다」는 말대신 「홀로 섰다」 또는 「첫 연출했다」로 대신하자고 제의했다. 『이 그림은 「데모찌」로 갑시다』 『공장이라는 「간지」가 나도록』 등도 방송가에서 흔히 듣는 말. 「데모찌」는 카메라를 들고 찍는 것을 말하고 「간지」는 느낌, 혹은 분위기를 말한다. 과거에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방송용어가 많았지만 현대에는 영어로 된 방송용어가 대부분. 최근에는 「맥시 시리즈(Maxi Series)」가 방송가의 경향으로 소개되고 있다. 「맥시 시리즈」는 그동안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니 시리즈」의 확대된 형태로 장기 연속극과 미니 시리즈의 중간형태. 이밖에 「키스」 「블루 개그」 등 특이한 뜻을 지닌 용어도 눈에 띈다. 「키스(Keep It Simple Stupid)」는 「과장되게 연기하지 말라」는 뜻이며 「블루 개그(blue gag)」는 이미 너무 이용해서 「썰렁해진」 개그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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