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해괴한 신세대 복장

  • 입력 1996년 12월 18일 20시 48분


아파트단지 상가안에 있는 미용실 아가씨의 모습은 어느 만화속의 주인공 같다. 키는 보통여자 키에도 못미치나 아주 우량아 체격이다. 쇼트커트한 머리칼은 온통 오렌지색으로 염색했는데 양념으로 녹색과 보라색으로 악센트를 줬다. 조끼 속에 받쳐입은 티셔츠는 어디서 구했는지 소매가 통이 넓기도 하려니와 길이가 코끼리 코보다 더 길다. 또한 코끼리 다리통보다 더 넓고 긴 바지를 질질 끌고 다녀서 바지단은 완전히 걸레자락도 그런 걸레자락이 없다. 더욱이 웃기는 것은 신발이다. 30㎝도 더 넘을 군화같은 것을 힘들게 질질 끌면서 상가의 복도를 쓸고 다닌다. 소리 또한 여간 시끄럽지 않다. 그런데 옆의 화장품가게 점원아가씨도 같은 종류의 신을 신고 덜그럭거리며 다니는게 아닌가. 유행이려니 웃어넘기다 깜짝 놀랄 일을 발견했다. 중학교 1,2학년 또래의 여학생이 재잘대며 명랑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반듯한 교복에 가방을 메고 학교 배지도 선명했다. 그런데 신발이 문제였다. 저희 아버지 구두도 그만큼 크고 길 수가 없다. 주의 깊게 보니 구두 콧등은 불룩 튀어올라 있으며 바닥창은 뒤축이 거의 없는 평단화다. 족히 자기발의 곱은 될 듯싶다. 다섯놈중 네놈이 그 모양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꼴이 가관이다. 이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들의 호기심 내지 모방심으로만 돌릴 수 없는 노릇이다. 그 꼴을 하고 등교했을까. 그러면 교사들도 그 꼴을 묵인한다는 것인가. 또 학부모도 유행이려니 하고 지나쳐버리는 것인지 우습기만 하다. 50,60년대 이브닝가운을 걸치고 다방 출입을 한다든가 무슨 유행처럼 파자마(잠옷)바람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대로변의 목욕탕을 드나드는 몰상식한 모습도 보기는 했다. 물론 유행은 우리 생활의 활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련미가 따라야 하며 체격 나이 기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꿈과 희망에 넘치고 맑고 밝아야 할 소년소녀들의 얼굴이 스쿠루지영감 같은 복장으로 구름이 낄까 걱정이다. 여 운 수(서울 성북구 장위1동 233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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