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비교코너]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마젤-데이비스

  • 입력 1996년 12월 11일 20시 16분


<옷깃을 파고드는 매운바람이 눈쌓인 북구의 풍경을 마음속에 떠올리게 하는 12월. 북구 핀란드의 대음악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전집(전7곡) 2종이 새로 발매된다. 두 전집을 지휘한 주인공은 불과 몇장의 음반으로 반짝 떠오른 신예가 아니라 오랜 연주생활을 통해 역량을 인정받아온 중견지휘자 로린 마젤과 콜린 데이비스여서 더욱 음악팬들의 관심을 끈다. 여러모로 개성있는 대비를 이루는 두 지휘자의 연주는 시벨리우스가 독일 러시아 작곡가들의 영향력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어나가기 시작한 시대에 작곡된 교향곡 3번에서 가장 선명한 차이를 나타낸다.> 「劉潤鐘기자」 마젤은 항상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빠르기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아온 지휘자. 자신이 상임지휘자로 있는 피츠버그 교향악단을 지휘해 내놓은 이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에서도 그의 독특한 빠르기가 우선 깊은 인상을 남긴다. 3번교향곡의 경우 콜린 데이비스판(30분17초)보다 3분가까이 빠른 27분 37초라는 연주시간도 특이하지만 3악장만 놓고 볼때는 데이비스보다 오히려 1분이상 늦게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두사람중 파격을 시도한 쪽은 역시 마젤이다. 그는 독특한 빠르기 속에 음영의 대비를 짙게 남기면서 선이 굵은 시벨리우스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1악장 중반에서 현의 리드미컬한 배경 위에 호른이 호쾌하게 달려나가는 듯한 표정은 특히 가슴속을 시원하게 만드는 매력. 가요풍의 친근한 2악장도 기존의 연주들보다 훨씬 빠르게 연주되어 이해하기 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콜린 데이비스의 판은 돌다리를 두드리듯 조심스러운 템포속에 개별 악기들의 선율을 강조해 공간감이 잘 살아나는 것이 장점이다. 평소에 현의 합주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던 목관악기 선율들도 새삼 또렷이 들리는 것이 이 연주의 특징. 2악장에서는 안개속에 묻힌듯한 고요한 풍경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마젤판(소니)에는 「교향곡 3번」외에도 교향시「핀란디아」 「슬픈 왈츠」 등 시벨리우스의 대중적인 관현악곡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데이비스판(BMG)에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이 함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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