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세밑에 다가온 서정영화 3편

  • 입력 1996년 12월 11일 20시 16분


「申然琇기자」 겨울 날씨를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서정적 영화 3편이 비디오로 나왔다. 그리스와 덴마크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해 할리우드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들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등을 탄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안개속의 풍경」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등 모두 22개 영화상을 휩쓴 「바베트의 만찬」 △91년 몬트리올영화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연어알」. 서정적 화면과 독특한 철학,이색적음악을즐길수 있다. 「바베트의 만찬」은 덴마크 해변의 작은 마을이 배경. 가브리엘 액셀이 감독했다. 신앙과 봉사를 천직으로 살아가는 마티나와 필리파 두자매의 인생이 소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펼쳐지고 두 사람에게 찾아온 프랑스인 가정부 바베트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프랑스 정식 만찬이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감독은 요리사 바베트의 입을 빌려 말한다. 『누구나 최선을 다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등. 영화 전체에 흐르는 경건함과 소박함, 고요함 그러면서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플롯, 할리우드 코미디와는 다른 종류의 유머 등이 모처럼 따뜻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조용하고 격조있는 영화. 알래스카 설원을 배경으로 한 「연어알」은 「바그다드 카페」를 연출한 퍼시 애들론이 감독했다. 에스키모와 백인의 혼혈아로서 부모도 모른 채 외롭게 자라난 중성적 여자 크주베와 독일분단의 희생자로서 20대에 남편을 잃고 무작정 세상을 등진 독일인 중년여자 로즈위타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의 레즈비언 가수로 유명한 KD랭이 중성적 여자 크주베로 출연한다. 알래스카의 무궁한 설원과 주제가 「Barefoot」의 서늘한 느낌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율리시즈의 시선」으로 유명한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안개속의 풍경」은 「영상시인」이라는 말을 듣는 감독의 재능이 십분 발휘된 영화. 특별한 줄거리는 없다.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불라와 알렉산더 남매가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아빠를 찾아 독일로 떠난다는 내용. 거대하고도 기괴한 공장들, 눈덮인 거리에서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죽어가는 말, 공연장이 없어 뿔뿔이 흩어지는 유랑극단 등 슬프고 황량한 그리스의 모습이 남매의 여정에 놓여 있다. 국경에 도착했지만 여권이 없는 남매는 한밤중에 몰래 쪽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암흑속에 들리는 총소리. 어둠이 걷히면 환상처럼 안개 자욱한 풍경속에 남매가 나타난다. 안개속 한그루 나무를 향해 걸어가는 남매의 모습이 춥고 서글픈 세상에서도 한줄기 빛을 발견하려는 감독의 희망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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