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바늘 구멍처럼 좁아진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한 생존경쟁의 새로운 모습이다. 입사시험에서 면접의 비중이 높아지자 지나치게 광대뼈가 튀어 나왔거나 눈꼬리가 사나워 남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범죄형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수술실 문을 두드린다는 것이다.
명예퇴직 후 뒤늦게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사업을 시작하려는 중년 남자들도 좀더 젊게 보이도록 또는 좀더 부드럽게 보이도록 얼굴을 고친다고 한다. TV나 영화에 자주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성형수술과 화장품은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자연계를 둘러 보면 우리 인간의 경우가 오히려 예외다. 거의 모든 동물들에서 더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것도 수컷이고 노래도 더 잘 부르고 춤도 더 잘 추는 게 모두 수컷이다. 다윈의 이른바 성선택설(sexual selection)에 의하면 번식에 대한 궁극적인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으며 그런 여성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게 남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면접시험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대개 남자들일 터이니 요사이 성형하는 남자들은 같은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는 경우지만 앞으로 멀지않아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술도 받고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립스틱도 짙게 발라야 할 때가 곧 올지도 모른다.
이제 여자도 남자 못지 않은 경제력을 지니는 세상이 올 것이고 돈만 많은 남자보다는 이해심 많고 매력적인 남자가 잘 나갈 것이다. 특히 지나친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아들만 잔뜩 낳은 우리네 부모님들이 그 몇 안되는 딸들의 선택 앞에 아들의 손목을 잡고 성형외과나 화장품 가게를 찾는 날이 멀지 않을 듯싶다.
최 재 천(서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