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1월 21일 18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갈데까지 간 부처 이기주의▼
게다가 선거관리내각이 앞장서서 부처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나서니 국민은 어처구니없을 뿐이다. 특히 19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총리와 행정자치부 장관, 정부 대변인인 국정홍보처장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가만있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육부 공무원들로 구성된 직장협의회가 교육부 폐지 공약에 대해 성토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이런 선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거과정에 각종 직능단체나 이익단체들이 표에 목숨을 걸고 있는 후보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확대하고자 목소리를 높였던 일은 그동안에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의 장관이나 공무원들이 일부 공약에 대해 반대하고 성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폐지 대상으로 거론된 해당 부처의 장관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나 총리, 행자부 장관마저 이를 묵인하거나 그들에게 ‘당당한 대응’을 주문한 일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고위 공직자 스스로 국가이익보다는 부처이기주의를 앞장서서 옹호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만일 후보의 공약이 잘못되었다면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정확한 정보나 국정운영의 노하우를 후보측에 전달해 그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지금과 같이 물리적인 우격다짐이나 집단적인 압박을 가하고자 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현 정부 자체가 정책과 이념에서 서로 다른 두 세력인 DJP연합을 통해 출범했기에 그동안 공무원들이 겪었을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혼란과 어려움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합리적인 정책을 향한 그들의 열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어떤 정부도 정부조직 개편이나 정책혁신을 추진할 수 없다.
일본은 2001년 초 정부조직을 전면 개편해 1부 22개 성청(省廳)을 1부 12개 성청으로 줄이는 혁명을 단행했고, 호주는 중앙부처 28개를 16개로 감축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21세기에 맞도록 정부조직을 전면 감축하는 행정혁명을 단행했다. 4년 전 현 정부 출범 초기 기업 금융 노동분야에서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단행될 때 국민은 공공부문의 구조개혁도 그에 상응하게 이뤄지길 기대했다. 그럼에도 적절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해 뒤이은 여러 번의 전국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했음을 국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중립 해치는 각료는 바꿔야▼
이제부터라도 대통령과 총리 및 장관들은 선거중립내각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은 행자부 장관을 포함, 중립을 해치는 문제의 각료들을 교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미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오로지 이번 대선이 정책선거와 공정선거가 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이번 선거 이후 선거관리의 중립성에 대한 시비나 결과에 대한 불복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수 차례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선거중립내각의 소임에 충실하고 후보 간 정책토론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은 어떠한 정치적 의혹에서도 스스로 자유롭도록 정치중립과 공정한 선거관리의 각오를 입증하는 일벌백계의 결단을 보여야 한다.
김석준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