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정치 파산?…의원 3명 탈당, 자민련 붕괴 위기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소속의원의 잇단 탈당과 한나라당행으로 분해직전인 당을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한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 동아일보 자료사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정치인생이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자신의 지역기반이던 충청권 민심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완구(李完九)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데 이어 14일에는 오장섭(吳長燮) 이재선(李在善) 이양희(李良熙) 의원이 탈당해 한나라당행을 선언했다. 모두 JP가 총애하던 사람들이다.

JP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장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떠나는 의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한 의원은 “대선후보도 못내는 정당에 누가 남겠느냐. 이제껏 의리를 지켜준 만큼 이제는 JP가 의원들을 홀가분하게 놔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희 의원은 11일 의원총회에서 ‘JP 중심 단결’ 결의문에 서명을 거부, JP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했다. 더구나 이날 참석 의원 중 그를 나무란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의총에서는 JP 면전에서 자민련의 위기상황에 대한 ‘JP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2, 3명의 지역구 의원이 탈당 및 한나라당 입당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JP 곁에는 배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당에 남아야 하는 전국구 4명과 JP의 지역구(충남 부여)를 물려받은 김학원(金學元) 총무 등 많아야 6, 7명 정도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몇몇 의원은 “JP가 명예롭게 은퇴할 명분을 찾아 물러나야 한다”며 공공연히 ‘2선 후퇴’를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4자연대 합류 △민주당 탈당파와 원내교섭단체 구성 △중장기적으로 중부권 신당 결성 등 JP의 생존전략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어 결국 무효화시켰다. 외부환경도 썩 좋지 못하다. JP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측근을 통해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물론 한나라당과도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 어느 쪽이든 불러주기만 바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이회창(李會昌), 정몽준 후보 모두 ‘JP와 손만 잡아도 표가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나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는 방안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퇴직자 모임’이 될 것이란 비아냥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급격히 왜소해진 자민련의 독자생존은 더더욱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날 김 총재는 세 의원의 탈당에 대해 “뜸들이지 말고 갈 사람은 빨리 가라”고 말했다. 불쾌감의 표시이지만 무력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했다.

정국 고비마다 ‘되는 쪽’과 손을 잡는 방식으로 되살아나곤 했던 JP가 이번에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