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주주 지분 낮을수록 IR 적극

  • 입력 2002년 10월 30일 18시 15분



대주주의 기업 장악력이 높은 회사일수록 일반 주주에게는 무심할까?

기업설명(IR)은 회사가 주주들에게 회사의 활동을 충실히 알리려는 노력의 일종. 주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제때 설명하고 회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한국 증시에서 IR활동을 열심히 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대체로 대주주의 지분이 낮은 회사일수록 IR활동에 적극적인 반면 대주주의 위력이 셀수록 주주의 권익 보호에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주가로 평가받는 회사〓대주주 지분이 낮은 회사는 주요주주가 일반 투자자들이다. 일반투자자는 주로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을 주가로 평가한다.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그 회사 CEO의 자질도 좋게 본다. CEO로서는 재임 기간 중에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지난달 창사이래 첫 해외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IR활동을 벌이는 LG상사는 LG그룹 계열사지만 정작 LG그룹 지분은 10%도 되지 않는다. 주요 주주가 대부분 기관투자가다.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가 주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 유한양행은 최대주주가 개인이 아니라 유한재단이다. 그러나 이 재단의 지분도 16.9%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1963년 이후 거의 매년 무상증자를 해 주주들의 이익을 늘렸다.

▽대주주가 평가하는 회사〓음료시장의 최강자 롯데칠성은 증시에서 ‘콧대 칠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IR활동이 거의 없는 등 주주를 대접하는 태도는 워낙 시원찮기 때문. 롯데칠성은 신격호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51%나 된다.

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회사들은 굳이 다른 일반 주주에게 잘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분이 50%가 넘어 경영권 방어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

대주주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더라도 마찬가지다. 전문경영인이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일반주주가 아니라 대주주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를 위해 IR활동을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최근 주가가 20%가량 하락했는데도 대책은커녕 변변한 기업설명회조차 하지 않은 동서나 지난해 상장 폐지까지 고려한 태광산업은 증시에서 IR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회사 모두 대주주 지분이 70%가량이나 된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대주주의 힘이 센 기업일수록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에 다소 소홀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