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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9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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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모큘리와 에커트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 무게 30t 가로 9m 세로 15m 크기의, 웬만한 덤프트럭보다 큰 기계장치가 기능은 수백 배로 향상된 뒤 책 크기로 작아지리라고 당시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80년대 들어 IBM이 최초로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PC)로 탈바꿈한 컴퓨터는 그동안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크기가 작아져, 2002년에는 드디어 ‘북PC(Book PC)’컨셉의 데스크톱PC에 이르렀다. 데스크톱PC는 책상 위 모니터 옆이나 책상 밑에 놓는 게 보통. 그러나 요즘 나오는 데스크톱PC는 크기가 작아 책꽂이에 책을 꽂는 기분으로 책상 위에 놓거나, 거실의 TV 장식장 옆에 놓아도 어울리게 디자인되고 있다. 빠른 연산을 수행하는 차가운 기계이기보다는 인테리어 소품의 하나로 취급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매직스테이션Q’는 PC의 가전제품화 추세에 발 맞추어 ‘홈서버’개념으로 디자인했다. 20 ㎝정도였던 기존 데스크톱PC의 폭에 비해 5, 6㎝ 더 좁아져 마치 90년대 초·중반의 노트북PC를 세로로 세워놓은 것 같다. 그러나 기능면에 있어서는 도대체 이 많은 장비가 요 안에 들어있나 싶을 정도.
DVD 재생은 물론이고 TV 수신, 영상편집기능 무선랜기능과 돌비 디지털 5.1 스테레오를 지원하는 사운드카드,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지포스2GTS프로’ 그래픽카드를 장착했다.
삼성전자 측은 “홈 시어터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엔터테인먼트 홈 서버’의 개념으로 개발했으며 이에 어울리도록 공간절약형으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TG삼보컴퓨터는 한국과 아시아지역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해 아시아지역의 정서를 먼저 조사했다. 조사 결과 가야할 길은 역시 ‘좁은 집 어디에 놓아도 어울리는 작고 멋진 디자인’. TG삼보는 데스크톱PC 디자인에도 노트북PC에 적용되는 ‘신 앤드 슬림’(thin and slim)원칙을 적용하고 공부방을 파고들기로 전략을 세웠다. 이 회사의 ‘드림시스 AW시리즈’는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디자인에 특정부분에 있어서 날카로운 에지(edge)가 삽입된 이른바 ‘에지 디자인’으로 젊은층의 감각을 따랐다. 이어폰잭, USB포트 등 각종 연결구를 앞면에 위치시켜 각종 부가기능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했고 냉각 팬의 소음을 줄여 좁은 공부방에서 아늑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LG-IBM의 ‘멀티넷X’시리즈는 앞면에 CD롬 모양의 문양을 넣어 현대감각에 맞게 디자인했다.
조립 PC에서도 슬림화 트렌드가 엿보인다. 테크노마트의 조립PC업체 ‘네오멀티’ 이남건 사장은 “오로지 싼값에 높은 기능만 따지던 예년과 달리 최근에는 조립PC 고객들도 외관을 중시하고 있어, 부품에 못지 않게 멋진 케이스를 구하는 게 큰 일이 됐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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