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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30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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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라고 놀리는 친구에 맞서, 초등학교 건물 2층에서 뛰어 내렸다. 함께 장기를 두던 형이 비겁한 수를 써놓고는 재밌다는 듯 놀려서 손에 쥐고 있던 차(車)를 형의 미간에 던졌는데, 그만 이마가 터져 버렸다.
도련님은 워낙 덤벙대고 제멋대로여서 부모에게 호된 야단을 맞기 일쑤였다. 집안일을 돌봐주는 할멈 기요만이 도련님을 끔찍이도 귀여워해 주었다. 기요는 “도련님은 솔직하시고 좋은 성격을 가지셨어요”라고 칭찬도 해주곤 했다. 말썽쟁이로 낙인찍힌 도련님으로서는 그 칭찬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도 떠나버려 홀로 된 도련님은 그 ‘덤벙꾼 기질’로 벼락공부를 하고, 졸업한 지 8일만에 지방에 있는 중학교 수학교사로 부임한다.
‘너구리’ 교장, ‘빨강 셔츠’ 교감, ‘알랑쇠’ 미술 선생, ‘끝물 호박’ 영어 선생, 수학 선생인 ‘멧돼지’. 이들을 통해 도련님은 세상에 눈을 뜬다. 사람들이 보여주는 겉모습과 속마음이 늘 같지 않다는 것도 깨우친다. 고집세고 솔직하고 때 묻지 않은 도련님의 성정이 잘 드러난다. 어디에나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의 칼을 멋대로 휘두르는 사람이 있는 법. 도련님과 멧돼지가 힘을 합쳐 빨강셔츠와 알랑쇠를 혼내주는 장면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럼, 그렇지!’하고 빙긋 미소짓게 한다. 왜곡된 진실과 부패한 사회에 보내는 ‘소박한 편지’인 셈이다.
이 책은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일컬어지는 나쓰메 소세키가 1906년에 발표한 작품. 저자의 명성만큼 무겁거나 오래전에 발표된 작품이어서 고루할 거라 지레짐작하지는 말 일이다. 도련님의 퉁탕거림은 유쾌하고 그 뒤에 숨은 뜻은 요즘에 대입해봐도 손색이 없다. 원제는 ‘坊っちゃん’.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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