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장 생활의 윤활유’같은 직원들은 대체로 동료나 상사들로부터 ‘일도 잘한다’는 평가를 듣는 경우가 많다. 업무외적인 리더십이 업무에까지 연결돼 직원들간의 마찰을 완화시키기도 하고 동료들간의 팀워크를 이끌어내기 때문.
요즘에는 특히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한국팀에 대한 단체응원전을 벌이는 기업들이 많아 ‘사내 엔터테이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응원단장 전성시대’〓현대중공업 의장3부 도장팀에 근무하는 김진석씨(40)는 14일 인천 문학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포르투갈 경기의 입장권을 간신히 구했는데도 관람을 포기해야 했다.
회사 총무부에서 “사내 체육관에서 직원들끼리 단체 응원전을 갖는데 응원단장을 꼭 맡아달라”는 요청을 해왔기 때문.
김씨는 1997년 현대중공업 소속 프로축구단 ‘울산현대’의 사내 서포터스 조직인 ‘토네이도’를 조직해 회장직을 맡아 ‘울산현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주도해 왔다.
회사에서는 1만여명의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는 큰 행사인 만큼 김씨와 같은 베테랑이 응원단장을 맡아주기를 원했다.
그는 사내 체육대회나 부서 야유회 등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응원이나 간사 역할을 도맡는다.
김씨는 “‘놀기만 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 업무시간에는 맡은 일을 실수 없이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너무 나선다”며 곱지 않는 시선을 보냈던 상사들도 지금은 “부서에 꼭 있어야 되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준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LG화학 정보전략팀 이규업씨(26)는 입사한지 2년밖에 안된 새내기지만 팀내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팀 모임에서 사회를 보며 때로는 차력쇼도 벌이는 등 팀 화합에서 없어서는 안될 보배이기 때문.
10일 월드컵 한미전이 열렸을 때 회사 지하대강당에 모인 임직원 500여명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오∼대한민국’을 유도하는 힘찬 응원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톡톡히 알렸다.
팀장인 박경근 과장은 “이씨처럼 화합 분위기를 유도하는 직원이 있으면 팀 관리하기가 수월하다”며 “대체로 근무 시간이 아닐 때 잘 노는 직원이 일도 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료들과도 원만한 관계 유지〓삼성테스코의 왕일웅 과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삼성물산 유통부문 기획실에서 근무하다 2000년에 삼성테스코 홍보실로 옮긴 그는 회사에서 ‘잘 나가는’ 과장 중 한 명이다.
비록 만년 3루수였지만 부산고 야구부 시절부터 갈고 닦은 운동 실력으로 사내 각종 체육대회에서 MVP상을 독차지한다. 삼성 입사전 중견 의류업체인 이랜드에 근무할 때는 헌트 사업부의 응원단장을 하기도 했다.
재미있고 화끈한데다 뒤 끝이 없는 털털한 성격이어서 선후배들이 고민거리가 있을 때 부담없이 찾는 사람으로 꼽힌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