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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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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다 당리당략 추구▼
내년에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겹쳐서 실시되기 때문에 만약 과거처럼 고비용 선거가 치러질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내년에는 한일 월드컵 축구경기가 지방선거일을 전후로 약 1개월 동안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국민 모두가 한 해를 들뜬 기분으로 보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약 6개월을 앞두고 있는 지방선거가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거가 되게 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무래도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제 문제가 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광역자치단체장, 광역의회의원 및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에 대해서는 정당추천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기초자치단체 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정당추천을 금지하고 있다. 정당공천제와 관련해 지금 심각히 논의되고 있는 것은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에 관한 것이다.
10월 30일 전국 232명의 기초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정치권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협의회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는 정치권이 기초자치단체장을 통제하는 절대수단이 되어 공천헌금으로 인한 부정부패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중앙정치가 그대로 지방에 이양됨으로써 지방자치를 훼손할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전국 232명의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실제 이에 서명한 단체장은 약 85.3%에 해당되는 198명에 이르렀다.
물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 헌법과 정당법이 보장하는 정당의 본질적인 기능이다. 실제 정치에 있어서 정당이 갖는 공직입후보자 추천권 등이 소속 단체장을 정당에 강하게 예속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저명한 헌법학자인 헤세의 말처럼 ‘정치적 책임을 감수할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선량’에게 지방선거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에 크나큰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학자 제닝스도 ‘정당지도층에 대한 인간적 신임관계가 없이는 국민과 정당간의 접근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이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당리당략에 매달리는 성향이 지배적인 정치 상황에서 오는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실질적 공천권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손에 달려 있다면 그 부작용은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해질 것이다.
공직후보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당비를 내는 당원 중심의 정당구조 하에민주적 상향적인 정치의사 형성과 공직후보자 추천이 가능할 때만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현실적 정당구조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 1인 지배 내지 소수지배 구조의 속성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당들이 정당공천을 미끼삼아 지방선거에 깊숙이 개입해 갖가지 엽관정치 내지 정치부패를 조장할 유혹을 지금까지 떨치지 못했다.
▼‘돈선거’ 추방위해 필요▼
최근 여야 구분없이 내년 지방선거 후보공천에서 하향적인 정당공천제를 지양하고 전당원 직선제를 통한 상향적인 정당공천제를 채택하기로 한 지구당이 늘어나고 있다. 일종의 미국의 예비선거제와 같은 전 당원 직선제 방식을 오는 지방선거에서 적용할 경우 종래와 같은 중앙당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지구당위원장이나 국회의원은 선거인단 구성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선거인단 동원에 따른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기 때문에, 자금력이 여전히 당락을 결정하는 또 다른 금권선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돈 안 드는 지방선거의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정당공천제의 폐지는 최선은 아니나, 차선의 해법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응격(한양대 지방자치대학원장·본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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