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JOB]최혜실/‘이색채용박람회’ 소외층 배려 돋보여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03분


연일 이어지는 이용호 게이트와 미국 테러 참사의 현실에 넌더리가 난 독자들이 그래도 관심을 갖는 것이 생활, 문화, 스포츠 분야의 기사일 것이다. 아직도 대통령의 아들이 문제가 되는 이 나라에서 우리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탄저균 공포에 떨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고 먹어야 하고, 그래서 즐거워야 한다. 일상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절이다.

신(新)클럽 문화에 대한 기사(22일자 A23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잘 짚어냈다. 지연, 학연, 혈연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이나 관심 분야에 따라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사회 변화를 적절하게 포착해냈다.

그런데 문제는 선남선녀의 파티 장면 등을 담은 사진만을 부각시켜 디지털 매체가 이 시대의 새로운 귀족 계층만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리츠 칼튼 호텔’, ‘신라호텔’, 압구정동 클럽을 배경으로 자기들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결혼도 하는, 이 그룹들의 화려한 모습만 부각시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이색 채용 박람회(22일자 B7면) 기사도 좋았다. 직업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상대적으로 취직하기 힘든 장애인, 여성에 대한 배려의 기사가 돋보였다.

대중문화면의 ‘가수 예민의 작은 콘서트’ 기사도 요즈음 우울한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기사였다. 스타의 화려한 무대 장면을 보는 기쁨도 있지만 이렇게 산골 오지를 찾아다니는 가수의 미소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원로 극작가 차범석씨에 관한 기사도 좋았다. 역사 속에 있는 것 같아 좋았다는 한 배우의 언급처럼 과거의 전통 속에서 현재의 연극을 보니 왠지 우리가 부자가 된 느낌이다.

특히 대중문화 전반을 소개하면서 ‘유재순의 일본 TV읽기’ 등 문화 분석도 제시해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22일자 문화면에 게재된 ‘亞지식인 네트워크 현황과 과제’ 기사는 재미작가 이창래씨에 대한 기사와 더불어 세계 속의 한국 문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의 정체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방향을 잘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이런 작업들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혹은 과연 긍정적인 의미만 지니는지 심층 취재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청각이 전통문화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일과 경복궁 흥례문이 복원된 일은 전통 문화의 경사다. 반가운 기사였다. 또 여드름 관련 기사는 아직까지 여드름으로 고생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무척 유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즈음 신문에 기사 같은 광고가 너무 많이 게재되고 있다. 한참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읽다가 맨 위의 ‘전면광고’라는 작은 글자를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최혜실 KAIST 교수·국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