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문호개방 언급 파장]DJ 세 확산 큰그림 그리나

  • 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50분


여권이든 야권이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언급한 ‘대선후보 문호개방’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단지 여권 인사들은 “당연한 얘기”라고 말하고 있고, 야권 인사들은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치권 인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김 대통령 발언의 정치적 복선과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청와대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목은 김 대통령이 경향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직접 한 얘기가 아니라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실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서면 답변 자료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문호개방의 배경과 전망〓여권 관계자들은 우선 김 대통령이 ‘문호개방’ 발언을 통해 완전 자유 경선 의지를 천명하려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DJP 공조 와해로 소여(小與)가 된 여권의 외연을 넓히지 않고서는 내년 지방선거나 대선에서의 승리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호개방에 의한 세 확산은 당장 대선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또한 96년 총선 직전에 당외 인사인 이회창(李會昌), 박찬종(朴燦鍾)씨를 전격 영입해지지 기반 확대를 시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적이 있다.

▽개방의 대상은?〓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개방 즉 영입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야권에선 일단 한나라당의 이부영(李富榮) 박근혜(朴槿惠) 부총재나 이수성(李壽成) 전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한 발언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김 대통령의 발언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중립내각을 구성할 즈음,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자연스럽게 여권의 경선 레이스에 합류할 명분을 마련해 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DJP 공조 와해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가 잔류한데 대해 김 대통령은 꽤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구도는?〓이는 다른 한편으로 김 대통령이 현재 당내에서 뛰고 있는 한화갑(韓和甲) 이인제(李仁濟) 김중권(金重權)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의 대선 본선 경쟁력이나 ‘성실한 후계자’로서의 자질 및 소양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다른 해석도 만만치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떤 의미에서는 향후 경선 과정에서 ‘김심(金心)은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한광옥(韓光玉)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당정에 동교동계 구주류의 입김이 강화됨에 따라 ‘이인제 대세론’이 확산될 듯한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김 대통령이 경선에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은 여권 내에서 꽤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창혁·윤영찬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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