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아펜젤러-노블 박물관' 세운다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45분


한국 최초의영빈관인 중명전 건물. 이곳에 '아펜젤러-노블 기념박물관'건립이 추진된다.
한국 최초의영빈관인 중명전 건물. 이곳에 '아펜젤러-노블 기념박물관'건립이 추진된다.
한국 개신교의 발상지인 서울 정동에 ‘아펜젤러-노블 기념박물관’이 건립된다.

박물관 이름에 등장하는 헨리 아펜젤러 목사는 1885년 국내에 들어온 첫 감리교 선교사이며 아서 노블 목사 역시 1892년 국내에 들어와 1902년 아펜젤러가 순직한 직후 그 뒤를 이어 감리교 정동구역회를 맡아 1934년까지 일한 선교사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회장 장광영 감독)는 최근 경기 이천에서 감독회를 열어 일제하에서 정동제일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현순 목사의 아들 데이비드 현씨에게 ‘아펜젤러-노블 기념박물관’ 건립추진 사업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데이비드 현씨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건축가로 로스앤젤레스에 테마파크인 ‘리틀 도쿄’를 설계 건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감리회측은 1900년 덕수궁에 딸린 연회장으로 지어져 조선 최초의 근대적 영빈관으로 사용된 정동의 ‘중명전’(서울시 유형문화재 53호)을 매입해 박물관으로 개조하는 방법을 최우선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중명전은 1915년 경성구락부(Seoul Union)로 바뀐 뒤 1960년대까지 외국인들의 사교장으로 사용됐다. 영친왕의 비인 방자 여사의 명의로 돼 있었으나 그 뒤 팔려 지금은 개인 소유로 돼 있다.

정동제일교회 역사편찬위원회 김대구 권사는 “중명전 지하에는 일제 강점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암살 후 한국인에 대한 각종 고문이 자행된 안가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등 이 건물은 박물관으로 개조해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리회측은 박물관이 완공되는대로 이곳에 아펜젤러와 노블 가문, 현순 집안, 정동제일감리교회, 배재고등학교, 삼문출판사(감리교계 출판사) 등의 국내외 소장품을 한데 모아 전시할 계획이다. 특히 노블의 후손들은 ‘박물관이 만들어지면 노블 목사의 부인이자 수집가로 유명한 마티 노블 여사의 한국관련 문화재들을 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티 노블 콜렉션 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는 구한말 태극기의 창안자인 박영효(朴泳孝)의 집안에서 간직했던 태극기, 노블 목사가 고종으로부터 직접 하사받은 태극기, 아펜젤러와 노블 목사가 수집하거나 찍은 생존 당시 사진집, 구한말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아 국무당의 지위에 오른 진현보군(眞顯寶君)의 무녀복 등이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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