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간부 美에 기밀유출…CIA 한국계요원 접촉

  • 입력 2001년 7월 31일 18시 28분


대북전략기획을 담당하는 국가정보원의 실무담당자 안모 과장(40·3급)이 국내에 파견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국계 요원인 윤모씨와 개인적으로 접촉하면서 정보를 누설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3일 파면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31일 “국정원 과장 한 명이 외국정보기관 요원과 수차례에 걸쳐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취득한 정보를 발설한 사실이 자체 감찰 결과 드러났다”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를 파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요원이 외국 정보기관 요원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정보 누설 문제로 공개 파면된 것은 61년 중앙정보부 설립 이후 처음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부터 윤씨와 접촉했으며, 국정원 감찰실은 이 접촉에서 통상적인 정보 협조를 넘어선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는 것.

그러나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그의 접촉은 통상적 정보 교류 수준이었기 때문에 중요한 국가 기밀이 누출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에 대한 파면은 외국기관원 접촉 규정에 따라 사전·사후 접촉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보안의식 강화와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파면과 같은 중징계가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사건 직후 미 대사관측에 유감을 표명했으나, 미측은 “통상적인 정보협력을 한국이 문제삼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씨의 한 지인은 “안씨가 조사 과정에서 기밀을 넘겨주지도 않았고 통상적인 남북관계 진행 과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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